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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스러움.고세이 2023. 5. 28. 22:06
더보기 히카리는 자기 연인의 자는 얼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날카로운 눈매, 또렷한 콧날, 굳게 다물린 입술. 날 선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그이지만 자는 얼굴만큼은 그에 반해 무방비하고, 그런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으니까. 그렇지만 항상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는 고엔지 슈야기에 그런 얼굴을 볼 기회가 드물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고엔지 슈야의 자는 얼굴이 좋다. 아마 그는 오늘처럼 자신이 아주 가끔 일찍 눈이 떠지는 날이면, 이렇게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그 비밀이 아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비밀인 것처럼, 세이나 히카리는 자기도 모르는 새 연인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보고만 있기에는 참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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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 겨은(@HD7VBX)님 커미션카테고리 없음 2023. 5. 28. 00:00
최근 들어서는 새벽에 눈을 뜨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성제로 건재했을 때는 몸이 피곤함에 덕지덕지 절어있어도 뜬눈인 채 밤새는 일이 허다했는데. 턱까지 내려올 듯 말 듯 간신히 화장으로 옅게 가린 다크서클을 고엔지는 아직 기억했다. 그것은 성제인 고엔지의 고단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피프스 섹터의 과한 영향력을 증명하는 무언가였다. 그런데 그 다크서클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어떻게? 세이나 히카리라는 여자 덕분에. 고엔지는 어렴풋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라는 미사여구도 필요 없었다. 고엔지에게 있어 세이나 히카리라는 존재는 언제나 제가 다행이라고 여기게끔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만약 성제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히카리가 없었더라면……. 최악을 가정하자 몸서리가 쳐진다. 태양 같은 얼굴을 다신 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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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통하는 창고세이 2023. 5. 27. 23:05
더보기 그 애는 노을이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해 질 무렵 창 너머로 비치는 노을빛을 받은 낯이 날카롭게 빛나고, 저물어가는 태양을 눈에 담은 듯한 뜨거움을 간직한. 그야말로 불꽃의 스트라이커였다. 고등학교 시절 동안에도 천재적인 이명을 유지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온 고엔지 슈야답게, 마지막인 졸업식 날에조차 해가 질 때까지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고, 그리고...교실로 나를 불러냈다. 불러냈다고는 해도, 와줄 수 있냐 묻는 청유형의 문장이었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기보다는-물론 이것도 맞지만-알고 싶은 게 있었다. 최근 들어 가슴속을 간지럽히는 무언가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너와 함께 있을 때면 햇살이 간질이는 뺨처럼, 꽃잎처럼 마음이 어지러워져. 그래, 마치 네가 태양인 것처럼. 그런 그 아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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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오는 꿈을 꿨어.고세이 2023. 5. 26. 09:21
더보기 ...지마. 가지..., ...... ...카리, 히카리. 나지막한 음성에 무거웠던 눈꺼풀이 열린다. 달빛을 받아 환한 방. 차례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이불을 꼭 쥔 두 손, 침대 머리맡에 장식으로 둔 인형, 그리고 내 볼에 흐르는 것을 조심스레 닦아주는, 너. 슈야, ...나. 무슨 꿈을 꿨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도 서러웠는지, 두 뺨을 흥건히 적시는 눈물만이 꿈의 흔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나, 꿈을...꿨는데,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아니, 다시금 북받치는 감정에 이을수가 없었나.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건지. 내가 어떤 꿈을 꿨는지 알기라도 하는 듯이, 이렇게 힘주어 안아주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저 너의 반응을 보고 역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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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졌어.고세이 2023. 5. 26. 00:00
더보기 나도 축구 가르쳐주면 안 돼? 해보고 싶어! 중학생의 소녀가 한 병실에서 대뜸 그렇게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상대는...고엔지 슈야. 전국 대회 우승팀 라이몬 중학교의 에이스 스트라이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에일리아 사건을 해결한 지상 최강 일레븐의 불꽃. 불꽃 같은 그는 의외로 다정한 데가 있어, 소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리고 축구를 배운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소녀의 퇴원이 정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고 들었는데, 재활을 통해 겨우 나아진 몸으로 축구 같은 운동을 시도해도 되는 건지. 괜찮아! 슈야가 잘 가르쳐 줄 거잖아? 무리하지 않으면 돼! 당사자가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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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고세이 2023. 5. 25. 21:59
더보기 무릎베개. 연인들 사이에서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포즈로 흔히들 꼽는다. 그럼,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야 할 때만 이 포즈를 취하느냐? 여기, 꼭 그렇지만은 않은 한 쌍의 커플이 있다. 상대의 허벅다리를 베고 고개를 위로 향해 얼굴을 마주 본다. 로맨틱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색한 핑크빛 기류가 흐른다거나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는 그런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는다. 그저 당연한 것처럼, 고엔지 슈야의 다리를 베고 마주 누워 조잘거리고 있는 세이나 히카리가 있을 뿐이다. 히카리는 고엔지가 해주는-이라고는 하지만 무릎베개하라고 들이미는 건 아니고, 소파에 앉아있는 고엔지의 다리를 히카리가 멋대로 베고 눕는 것뿐이지만, 딱히 거부하지 않으니 이 표현이 딱 알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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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고세이 2023. 5. 24. 21:22
더보기 히카리는 요즘 상당한 불만이 있었다. 그것도, 연애사정에 관해서. 상대인 고엔지 슈야 자체에게 불만을 가진 건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상당히 인기가 많다는 점일까. 조금 더 자세한 사정을 말해보자면, 이렇다. 고엔지 슈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히카리도 구태여 그것에 터치하지 않았고, 설령 팬심이 아닌 연애감정을 품고 다가오는 이가 있어도 고엔지 선에서 잘 정리되었다. 그런데, 요즘의 상황은 좀 다르다. 정리할 수가 없는 상대인 것이다. 업무상 계속 만날 수밖에 없는 상대였던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포기할 줄을 모르는 상대였다. 전해 들은 말 중 가장 기가 찼던 것은, 골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건 고엔지 씨도 잘 알잖아요?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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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지지 않는.고세이 2023. 5. 24. 20:16
주소가 없는 편지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도 적혀있지 않다. 우표조차 붙어있지 않은, 불친절한 편지봉투. 누군가 하고 생각나는 사람들을 여럿 떠올리다, 아, 네가 생각났다. 편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수단. 지금 내 곁에 있지 않은 사람. 그럼에도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 불친절할 수밖에 없는 사람. 당신. 너다울 수밖에 없는 편지봉투에, 얼마나 조심스럽게 이 편지를 편지함에 꽂아놨을지 생각해 본다. 조금은 우스워보일 수도 있는 그 광경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봉투를 열었다. 더보기 생일 축하해, 히카리. 이렇게 너도 모르게 편지 한 장 전해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은 역시 쓰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네. ...미안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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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룩을 핑계로 데이트고세이 2023. 5. 21. 23:59
더보기 우리도 커플룩 한 번 맞춰볼까? 히카리의 한 마디에 두 사람이 움직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우선 상하의를 한벌씩 사고, 겉옷과 신발까지. 액세서리도 덤으로 맞추면 좋겠지만 내추럴한 패션을 선호하는 히카리 덕에 액세서리는 커플링 하나로 충분했다. 고엔지가 덤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비밀이다. 물론 히카리가 원한다면 무엇인들 못해주겠냐만은. 두 사람이 향한 곳은 길거리 쇼핑센터였다. 의상을 똑같이 맞추는 것뿐이라면 백화점 브랜드로 두 벌을 사도 되지 않냐는 소리를 한 고엔지가 히카리에게 원래 이런 건 길거리 음식 먹으면서 눈에 띄는 옷을 그때그때 분위기 타서 사는 게 정석이야!라고 한 소리 들었다. 길거리 음식이 무슨 상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쇼핑은 순조로웠다. 남녀공용 커플룩으로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