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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고세이 2023. 6. 18. 16:37
거짓말은 히카리가 못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냥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못한다. 그의 연인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짓말까지도 한 전적이 있는데, 그건 서로가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히카리는 그의 고백이 거짓이라는 걸 알아서, 고엔지는 그런 히카리가 자신을 믿어줄 거라는 걸 알아서. 어쨌거나 혹독하게까지 보이는 고엔지 슈야에 비해 히카리의 거짓말은 정말 순수했다. 너무 순수한 나머지 '세이나 히카리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할 정도로. 오늘은 그것에 관련한 한 에피소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건의 발단은 히카리가 토라진 것으로 시작했다. 토라진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대상이 고엔지인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분명 히카리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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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고세이 2023. 6. 16. 23:27
바다로 가고 싶어. 새벽 중 눈이 뜨인 히카리가 문득 내뱉은 한마디에 의문이 들 새도 없었다. 그 말을 하고 있을 때의 히카리는 눈물을 이제 막 거둔 후의 먹먹한 목소리였고, 그 새벽은 히카리의 생일이 막 지난 새벽이었고, 즐거운 하루를 끝낸 뒤의 히카리는 고엔지의 품에 안겨 잠이 든 참이었다. 고엔지가 잠에서 깬 것은 히카리의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을 때. 왜인지 자는 채 흐느끼던 히카리는 놀란 고엔지가 깨우자 그의 얼굴을 보고도 무엇이 그리 서러웠던지 옷깃을 두손에 꼭 쥐고 소리 내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을 단순히 본 것이 아니라, 확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언뜻 보였던 놀란 표정.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언가 잘못 본 듯,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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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아니라...고세이 2023. 6. 14. 21:19
왜 안 되는데!!! 세이나 가(家)의 집안에 주말 아침부터 빼액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왜는 뭐가 왜야! 히카리 너 그놈이랑 둘이서만 여행 가서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아빠가 누누이 말했지, 남자는 다 늑대... 슈야는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 나도 매번 말했잖아, 슈야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문제의 발단은 이랬다. 주말 아침,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딸기잼을 빵에 발라 먹던 히카리가 대뜸 나 다음 주말에 슈야랑 여행 가기로 했어. 3박 4일. 이라는 말을 뱉음과 동시에 신문을 보고 있던 그 아버지 되는 사람의 손에 신문이 구겨졌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안 돼. 물론 이제 갓 성인이 된 히카리이긴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고엔지와 연인이 된 지는 벌써 일 년이 넘었고, 알고 지낸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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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열정.고세이 2023. 6. 13. 23:03
https://youtu.be/2TLsfi1HAnY 더보기 당연히 예상이 가는 바일지도 모르겠지만, 히카리는 여행을 좋아한다. 가까운 국내 타지부터 먼 해외까지. 현지의 음식을 먹어보거나 길거리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여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념품 쇼핑과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그리워지는 여정을 추억하는 것까지. 모두 히카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다. 그래서 히카리의 사랑하는 이 또한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렸다. 히카리가 구겨 앉으면 몸이 다 가려질 만큼 커다란 캐리어 하나에 두 사람의 며칠분 옷가지를 기대와 함께 한가득 채워 넣는다. 히카리가 정한 이번 여행지는 유명 소설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피렌체. 두 사람은 피렌체의 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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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확신고세이 2023. 6. 13. 00:06
고엔지 슈야가 실종됐다. 이름만 대면 온 국민이 다 알만한 천재 스트라이커. 그의 실종이 아홉 시 뉴스의 기삿거리로 거론되거나 한동안 신문 한 면을 대서특필로 장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알음알음 고엔지 슈야의 연인으로 알려졌던 세이나 히카리의 집으로 적지 않은 기자들이 찾아오는 일도 하루 이틀 있었던 게 아니다. 세이나 히카리는 불안했다. 실종? 고엔지 슈야가? 어디로? 히카리의 머릿속에서 끊임없는 부정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불안의 이유는 곧 모양을 바꾸었다. 고엔지 슈야의 실종이 아닌, 피프스 섹터의 새로운 성제 이시드 슈지의 등장으로. 그가 나타나자 고엔지 슈야는 곧 잊혔다. 마치 그의 존재 자체를 억누르려는 힘이 존재하듯이. 불꽃의 고엔지 슈야는 저물고 차디찬 이시드 슈지가 떠올랐다.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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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가득한 장난고세이 2023. 6. 11. 20:41
슈야, 여기 봐.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서서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면, 두 눈동자를 마주하고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는 그의 연인. 무슨 일이냐 물을 법도 한데, 이제는 익숙해져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린다. 난 네 눈이 좋아. 열정적인 너의 마음이 아주 잘 전해지니까. 순간적으로 들리는 쑥스러운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눈을 피하려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이미 그의 행동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듯 두 뺨에 손을 대고 시선을 고정한다. 그리고 엄지로 눈 밑을 쓸더니 그 얼굴을 손으로 기억하려는 듯 이마부터 옆머리, 귓가를 거쳐 콧대와 입술, 턱선까지. 마치 그의 형상을 빚는 것이 자신의 손길인 듯 얼굴을 쓰다듬더니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나지막이 웃으며 말을 잇는다. 잘생긴 네 얼굴이 좋아. 물론 얼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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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필요한 것고세이 2023. 6. 10. 20:56
슈야는 달콤한 게 좋아, 상큼한 게 좋아? 오늘 하루 중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히카리의 갑작스러운 퀴즈 타임이 돌아왔다. 고엔지는 이제 당황하지 않고 그 답을 곰곰이 생각하여 답할 수 있게 되었다. 굳이 고르자면 상큼한 쪽이려나. 그런데 히카리라면 이미 알고 있을 답인데, 왜 묻는 거지? 질문의 이유를 되묻기도 전에 날아든 두 번째 질문. 그럼 상큼한 음료랑 따뜻한 커피 중에서는? 마실 것의 기호 조사인가? 의문이 드는 고엔지였지만 연인의 물음에 이 또한 착실하게 답을 내어주었다. 따뜻한 커피. 그리고 자연스레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 모습에 히카리가 살짝 쿡쿡거리는 웃음을 목뒤로 삼킨 것도 같았지만 얼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기에 그 또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커피랑 후드티! 어, 음료가 아니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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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도 고치지 못했습니다.고세이 2023. 6. 9. 21:06
그런데 슈야, 오늘 시합에서 또 공 날렸지? ......공이야 늘 날리는 거잖아. 시합이니까... 아이참, 그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 히카리가 말하는 사건은 오늘 낮에 있었던 데저트라이온과의 시합에서 토라마루에게 공을 차 맞춘 것을 말한다. 변명도 되지 않을 게 뻔했지만 고엔지의 회답은 보기 좋게 엇나갔다. 물론, 히카리도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다. 고엔지 슈야는 결코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그만큼 급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항상 냉정한 모습의 그가 보여준 오늘의 행동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도 같아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히카리가 문제 삼은 부분은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거다. 히카리가 들은 것만 해도 벌써 다섯 번. 무려 다섯 번이다. 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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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향한 창고세이 2023. 6. 9. 19:24
더보기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그 중 눈동자는 무엇인가. 창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보이는 것. 가장 중요한 것, 가장 궁금한 것, 가장 보고 싶은 것. 눈동자를 보면 그 사람의 깊이를 알 수 있다. 당사자가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깊이는 어디까지인가, 본래 가지고 있는 깊이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들. 창을 어느 정도 여느냐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양도, 또한 그림자의 짙음과 크기도 다르니까. 그 속에 보이는 것이 다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반대로, 보이는 것은 같은데 보는 사람에 따라 대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에게만 보이는 것,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 나만 알 수 있는 너의 모습, 남들은 알 수 없는 너의 모습. 밤하늘과 같은 눈동자였다. 흑암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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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또한 별이라는 걸 알고 계시나요?고세이 2023. 6. 7. 22:38
더보기 달이 유독 환한 어느 밤, 보통 때라면 커튼을 치고 캄캄한 중에 잠자리에 드는 히카리가 가끔 달빛이 예쁘다며 커튼을 열고 달빛 아래 잠들기를 청하는 그런 밤이 있는데, 그날은 그런 밤들 중 한 밤이었다. 달이 아름답잖아. 그러면 고엔지는 밝은 빛 속에서 연인과 함께 어둠의 포근함에 몸을 묻는 것이었다. 창을 통과하는 푸른빛에 공기 중을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들이 반짝이고, 고요하게 들리는 무게감이 귀를 감싸면 그는 자신의 곁에 존재하는 온기를 찾아 더욱 몸을 웅크리곤 한다. 슈야. 정적을 깨는 달콤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꺼풀이 들리면 똑같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가 있다. 밤하늘을 옮겨놓은 듯한 깊음이지만 그 깊이를 알게 하는 빛이 있어 결코 어둡지 않은 별과 같은 눈. 달이 아름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