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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축구 가르쳐주면 안 돼? 해보고 싶어!
중학생의 소녀가 한 병실에서 대뜸 그렇게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상대는...고엔지 슈야. 전국 대회 우승팀 라이몬 중학교의 에이스 스트라이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에일리아 사건을 해결한 지상 최강 일레븐의 불꽃. 불꽃 같은 그는 의외로 다정한 데가 있어, 소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리고 축구를 배운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소녀의 퇴원이 정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고 들었는데, 재활을 통해 겨우 나아진 몸으로 축구 같은 운동을 시도해도 되는 건지. 괜찮아! 슈야가 잘 가르쳐 줄 거잖아? 무리하지 않으면 돼! 당사자가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확실히 퇴원한 후에 하기로 연습 약속을 잡았다. 막무가내로 보이는 히카리였지만, 그의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채서인지 너는 은근히 그렇게 상냥하더라라는 말을 붙이며 미소로 답했다.
퇴원 일주일 후, 약속했던 하천 공터에서 히카리를 기다리던 고엔지에게 익숙한 목소리의 인사말이 들려왔다. 안녕! 많이 기다렸어? 병원 말고 다른 장소에서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네, 당연한 거지만. 나 오늘 드리블은 할 수 있겠지? 패스는? 슛도 넣을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해, 슈야? 만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기다린 쪽은 고엔지인데도-할 말을 와르르 쏟아붓는 히카리에, 이제 그도 익숙하다는 듯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하고 쾌활한 미소와 함께 축구공을 꺼내 들었다. 드리블 연습부터 해볼까?
생각보다 히카리는 연습에 잘 따라왔다. 열정적으로 임해서인지, 하루 연습한 것 치고는 평균을 아주 조금 웃도는 성과도 내 보였다. 장애물을 모두 피해 가며 드리블에 성공하는 건 두 시간, 정확한 길이와 높낮이로 원하는 곳에 패스를 보내는 것 또한 두 시간 이내로 익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점심시간을 지나 한 시쯤 만난 탓에, 벌써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는데도 히카리는 그만하자는 말이 없었다. '그럼 이제 다음은 슛이려나...'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히카리를 바라보았다. 히카리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 동생을 지켜봐 온 고엔지는 히카리의 현재 컨디션을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다.
히카리, 너무 지쳤어. 오늘은 이만하자.
헉헉거리며 후들거리는 무릎을 두 손으로 짚은 채 아직 더 할 수 있다며 고집을 부린다.
더 하면 몸에 무리가 갈 거야. 내일 또 봐줄게. 오늘은 그만 쉬어.
내일도 연습을 같이 해준다는 말에 그제야 히카리가 몸에 줬던 힘을 풀어버린다. 그리고 털썩 흙바닥에 주저앉기 직전, 고엔지가 팔을 붙들어 부축해주며 벤치로 데려간다. 고마워. 왜 이렇게까지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 걸까. 불만이 아닌 순수한 의문이 든 고엔지가 약간은 쌀쌀한 바람에 겉옷을 히카리에게 둘러주며 묻는다.
갑자기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솔직히 놀랐어. 뭔가 이유가 있는 거야?
그냥. 슈야나, 다른 라이몬 친구들이 그렇게 열심히 사랑하는 축구가 궁금해져서...인 것 같아. 그리고, 처음엔 부러운 마음으로 무작정 하겠다고 한 것도 있고.
부러운 마음?
응. 나, 병원에 오래 있었잖아. 그래서 슈야가 부러웠어. 단순하지?
즉답을 할 수 없었다. 고엔지 슈야도 히카리와 같은 동생이 있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감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아아! 어두운 이야기는 이제 됐어. 퇴원해서 축구도 해봤고, 나도 전보다 훨씬 더 축구가 좋아졌어. 슈야만큼이나!
아니, 나야말로 고마워.
고엔지 유카를 대신해서, 본심을 담아, 세이나 히카리에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