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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노을이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해 질 무렵 창 너머로 비치는 노을빛을 받은 낯이 날카롭게 빛나고, 저물어가는 태양을 눈에 담은 듯한 뜨거움을 간직한. 그야말로 불꽃의 스트라이커였다. 고등학교 시절 동안에도 천재적인 이명을 유지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온 고엔지 슈야답게, 마지막인 졸업식 날에조차 해가 질 때까지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고, 그리고...교실로 나를 불러냈다. 불러냈다고는 해도, 와줄 수 있냐 묻는 청유형의 문장이었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기보다는-물론 이것도 맞지만-알고 싶은 게 있었다. 최근 들어 가슴속을 간지럽히는 무언가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너와 함께 있을 때면 햇살이 간질이는 뺨처럼, 꽃잎처럼 마음이 어지러워져. 그래, 마치 네가 태양인 것처럼.
그런 그 아이가 창을 등지고, 태양과 같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빛과 같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널 좋아해. 단 한마디의 투박한 말투. 어떠한 미사여구도 없이, 툭 내뱉는 말. 그러나 그가 신중하게 고른 그 단어에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따스함이, 어절 사이에는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다정함이 깃들어 있어 누구도 그가 한 말을 듣고 시시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고엔지 슈야가, 세이나 히카리를 좋아한다.
불꽃을 두르고 골대에 꽂히는 축구공처럼, 그는 노을빛을 나의 창에 쏟아붓는다. 그렇게 나의 창에도, 노을이 비치게 된다. 우리는 같은 색을 띠게 되었다. 우리는, 같은 빛을 두르고 있다. 서로 창을 열고 마주 보는 우리의 창은 바람이 통하듯 시원하고, 막힘없이 내리쬐는 햇빛처럼 따사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