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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졸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기지개를 켜는 히카리의 눈꼬리에 눈물이 살짝 맺힌다. 어제 영화 보느라고 늦게 잤으니까. 피곤하면 낮잠이라도 좀 잘래? 그런 히카리를 보고는 귀엽다는 듯 작게 웃으며 고엔지가 읽던 잡지를 덮는다. 으음, 낮잠...슈야도 같이 자자. 나 혼자 자면 심심하잖아. 잠을 청하는 데 심심하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어리둥절할 말이었지만 고엔지는 이제 알았다. 졸음이 쏟아지는 히카리는 이상한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방금 한 말은 딱히 이상한 말이 아니기도 했다. 히카리가 자버리면 혼자 남은 고엔지가 심심할 거라는 소리였으니까. 그럴까? 들어가서 같이 자자. 낮잠을 잘 때는 따스한 햇볕이 몸을 감싸는 온기를 느끼며 자는 걸 좋아하는 히카리에게는, 소파에 앉아 고엔지의 어깨에 기대어 자연스럽게 고개를 떨구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는 깨어있는 고엔지가 히카리를 지탱해주니까 침대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는데, 이렇게 같이 자자는 이야기가 되면 햇빛보다는 고엔지의 품속 온기를 더 선호하는 히카리인 것이다.
슈야, 노래 불러줘.
가만히 연인의 품에 안겨 한참이나 눈을 감고 있던 히카리가, 갑작스러운 한 마디를 나지막이 내뱉는다. 잠이 안 오는걸. 자장가가 필요해. 그렇게 말하는 히카리의 얼굴에는 평소와 같은 장난기가, 졸음이 섞여 약간은 나른한 듯이 떠올라있었다. 노래라니... 별로 부를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줄 알았는데. 뭐, 히카리를 생각해보면 언젠가 이럴 일이 있을 거라 예상 못 할 일도 아니지만... 어색하게 목소리를 가다듬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가사까지는 차마 못 부르겠다. 자장가라 했으니 히카리도 이 정도로 만족해 줄 것이다. 한 곡을 끝내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미소를 머금은 채 꿈나라로 혼자 가버린 히카리가 보였다. 역시 혼자 자면 심심하다. 이런 시답잖은 감상을 남기며 고엔지도 히카리를 따라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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