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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림에는 익숙하니까.
    고세이 2023. 5. 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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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 며칠간은 먼 지방으로 출장을 가 집에서 혼자 지내야 한다는 말에 히카리에게 달린 가상의 꼬리가 축 늘어진 듯 보였다. 두 손바닥을 마주 대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걸 보니 따라가고 싶다는 말을 목구멍에서 겨우 삼키고 있는 것 같다. 막무가내인 듯 보여도, 그렇게까지 어리광을 부리지는 않는 히카리이다. 2년 전에 비해서, 말이지... 순간 가슴을 깊게 찌르는 말하지 못할 이유에 작게 헛숨을 들이킨다. 히카리가 고집을 부린다 해서 데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 히카리도 그것을 알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같이 가고 싶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그러지 못하는 고엔지에게 걱정을 끼칠 걸 알고 있으니까. 정말이지, 자신의 연인은 너무나도 다정하다. 가끔은 독불장군이 되어도 될 텐데. 헤아릴 수 없는 상냥함과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고엔지이다. 미안해, 같이 못 데려가서. 금방 올 테니까 밥 거르지 말고, 친구들도 만나고. 자주 전화할게. 당분간 혼자 지낼 히카리에게 당부의 말을 몇 번이나 전한다.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히카리가 아무래도 걱정이다. 고엔지도 한숨 섞인 미소를 지으며 히카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다. 아, 품속으로 파고드는 작은 무게감.

     벌써 보고 싶어... 두 팔을 허리에 두르고 가슴팍에 고개를 푹 파묻는다. 작고 동그란 뒤통수가 안쓰럽다. 너무 걱정 말고. 잘 있을 수 있지? 품 안의 존재가 두어번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위로 쏙 시선을 들어 입술을 삐죽거리며 빤히 눈을 맞춘다. 빨리 와야 해, 알았지? 목소리에서부터 느껴지는 애타는 감정이 사랑스러움으로 변한다. 심심할 때마다 전화할 거야. 슈야도 식사 빼먹지 말고, 잠도 일찍 자고. 일한다고 늦게 자면 피곤하다! 내가 매일매일 확인할 거야! 이내 조잘거리며 원래의 활기를 되찾은 듯한 히카리를 보며 고엔지도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웃어 보였다. 그는 알았다고 답하며 아직은 조금 튀어나온 히카리의 입술 위로 짧고 낯부끄러운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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