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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音고세이 2022. 12. 13. 15:05
더보기 끈적하게 흐르는 침묵에 몸이 찢어질 듯 떨렸다. 믿고싶지 않았으나 믿어야만 하는 고요함이었다. 이 묵음의 발원은 염성화, 너였기 때문에.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단란한 소음이 우리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등을 맞대고 앉아 책장을 넘기는 소리, 창밖에서 햇살과 함께 스며드는 새소리, 이따금씩 들려오던 차를 홀짝이는 소리. 조용하지만 어색하지 않았던 그 시간 속 침묵을, 너는 듣고 있었니? 아니. 금샛별. 너는 그의 소리를, 듣고 있었니? 책장소리 속 그의 초조함을, 새소리 속 그의 탄식을, 그 모든 시간 속 그의 간절함을. 너는 듣고 있었니? 이제 그만하자. 응? 졸려? 같이 잘까? 낮잠을 자기엔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그 전에, 그가 먼저 이렇게 단정지어 '그만하자'고 말할리가 없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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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나 히카리라는.고세이 2022. 12. 3. 16:56
더보기 고엔지 슈야. 누구나 그를 그렇게 불렀다. 고엔지, 고엔지 슈야, 불꽃의 에이스 스트라이커.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스로 이름 이외의 수식언을 긍정하기에는 너무나도 신경 쓸 것이 많은-쑥스럽다는 고엔지 슈야다운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그였다. 고엔지가 아닌, '고엔지 슈야'마저도 그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말이 되었다. 그만큼 박력과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그였다. 때로는 같은 팀 동료들이 자신을 부를 때조차, 그 이름이 스스로를 무겁게 짓누르는 듯했다. 고엔지 슈야는 자신의 역할을 잘 파악하고, 수행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사명감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기대가 있었고, 성과 또한 충분했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을 때, 너무나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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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고세이 2022. 10. 7. 10:12
빅마마 - 하루만 하루만이라도 잠시만이라도 내 곁으로 다시 돌아와줘 잘 준비를 끝내고 폭신한 이불에 파묻혀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면 꺼진 조명 아래에서는 눈이 부신 밝기의 화면. 7월 7일. 00시 02분. 자정이 막 지난 시간. 아, 생일 끝났다. 자기 전 천천히 하루를 되돌아본다. 오늘 재밌었지, 친구들이랑 만나서 기분전환도 하고. 다들 내 생일이라며 자기들이 더 들떠서는, 아침 일찍부터 만나자고 약속을 잡아서 일어나는 게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맛있는 것도 먹고, 놀러도 다니고. 같이 수다 떨 사람이 있다는 건 역시 좋더라.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고, 다같이 놀이공원에 가서 신나게 바이킹도 탔지. 응, 재밌었어. 재밌었어. 1부터 10까지 중에 얼만큼 재밌었냐 물으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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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백업 4 (2022.05)고세이 2022. 10. 5. 17:04
@탐드 넘 궁금한 점 여러분의 드림주와 드림캐는 살기 위해 자존심(또는 신념이나 긍지)을 버릴 수 있나요? 둘다 놉…신념을 위해 살아가는 캐이기 때문에…주객이 전도되면 안됨…그리고이제…서로가…서로의 목표가 되고…신념의 이유가 되고…그러면……더더욱… @탐드 드림주들은 드림캐 업거나 공주님 안기를 할 수 있나요? 한다면 최대 몇 초까지 가능한가요. 공주님 안기는 무리라도 업는건 할 수 있을 듯? 한 십초정도라도…왜냐면 나도 초등 저학년때부터는 엄마 업을 수 있었거든…몇초 안됏지만… 후들후들거리면서 기어코 업는 히카리보면서 무리하지말라고 업힌채로(…) 걱정하는 고엔지슈야씨… 후아~ 내려주고 자기는 공주님안기 해달라고 함 근데 별 반응?없이 간단하게 해주니까 재미없어진(…)히카리…그대로 바로 재밌어지는 대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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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백업 3 (2022.04)고세이 2022. 10. 4. 14:26
#만우절기념_드림주_솜인형위에_“미안…사실_나는_솜인형나라의_왕자/공주야_시간이_다되서_나는_이만_돌아가봐야해.”_라고_써논_포스트잇_붙여놓고_그_솜인형을_본_드림캐의_반응_주세요 이제 히카리를 상대하는 법을 어느정도 익힌? 고엔지…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다른 인형 가져와서 그 옆에 두고 자기도 포스트잇에 뭔가 적어서 그 인형에 붙여둠 그리고 잠깐 자리를 일부러 비워 그래야 히카리가 그거 보러 올거니까…분명히 어딘가 숨어서 자기가 어떻게 하나 보고 있을거거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주님. 어서오세요. 이 집을…솜인형나라공주가 돌아올 곳으로 만들어버리는거야…그걸 본 히카리는 제발로 고엔지한테 다가가서 포옥 안겨 나 왔어~ …………………… 큰일이다…일탈은즐거우셨나요부인…이런밈에절여진대사밖에생각이안난다…어쨌든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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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고세이 2022. 9. 17. 18:13
너는 나에게 봄이었다. 언제나 반짝이며 나를 햇살처럼 따스하게 안아주었고, 차가운 눈을 녹여 꽃을 피워내듯이 나를 어둠 속에서 꺼내주었다. 봄은 생기가 넘치는 계절이라 누가 그랬던가. 정말로 너는 봄 그 자체였다. 봄기운을 가득 품은 꽃처럼 너의 뺨이 붉게 물들면 그것이 나의 시원(始原)이 되었다. 끝을 끝내주었다. 너는 나에게 여름이었다. 뜨거운 햇살과 같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을 내게 쏟아주었다. 여름내음을 한껏 품은 바람처럼 나를 휘감는 너는 곧 시원한 소나기를 가져다주어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따가울 정도의 빛에 내가 지쳐 있을 때 너는 나에게 하나뿐인 그늘이 되어 나를 감싸주었다. 너는 나에게 가을이었다. 더위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쯤 시원한 공기의 흐름이 나를 맞이해주듯이 너는 가장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