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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드림 전력「깜짝상자」133회 주제)고세이 2022. 9. 17. 18:09
내가 좀 늦었지? 고엔지 슈야의 말버릇이었다. 그 말대로, 그는 중요한 일에 있어 늦게 등장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모두가 그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 확실한 사람이었으니까. 천둥과 제국의 첫 시합에서도, 모두의 운명이 걸린 슈퍼 엡실론과의 대결에서도, 세계로 향하는 열쇠를 두고 파이어 드래곤과 승부에 임할 때도. 고엔지 슈야는 언제나 영웅이 되었고, 자신까지도 스스로 구해내는 사람이었다. 세이나 히카리 또한 영웅을 기다리는 한 사람이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에는,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어주기를.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음이 당연한 관계가 되었을 때는, 매일 아침 사랑한다는 속삭임으로 자신을 깨워주기를. 그리고 그가 이 관계에 끝을 선언했을 때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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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심어 꽃을 피우는 법고세이 2022. 9. 17. 18:07
진단메이커: 당신이 죽은자리에 피는 꽃 - 능소화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지나가다 눈에 담은 경험은 몇 번 있지만 직접 키워낸 적은 없었다. 딱히 그 쪽으로 관심이 가지도 않았고, 끝까지 키워낼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꽃을 피워내는 데에 필요한 것이 무언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들여서까지 꽃이라는 것을 피워내어 감상하기에 나는 그렇게까지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나의 감성은 네가 대신해줬기에 그걸로 충분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봄이 되면 꽃잎 섞인 바람을 맞으며 너는 행복하게 미소 지었고, 무더운 여름날에도 스스로 해바라기의 소녀라 칭하며 장난스레 웃었다. 가을이 다가오면 코스모스 가득한 도로를 차로 달리며 창밖으로 손을 뻗었고 마른 가지만 앙상하게 나무에 붙어있는 겨울에조차, 너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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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ll - 너에게 쓰는 유서 (그믐달님)드림 trpg 2022. 9. 17. 18:06
세이나 히카리 / 감정: 좋음, 문장력: 보통, 필체: 나쁨 / 기술: 영감 지금 내가 이런 편지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눈물을 참으며 나를 꼭 안아줄 것 같기도 하고, 답지 않게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상상돼. 그래도 결국 너라면 나를 이해하고 기다려주겠지.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게 됐는지 말이야.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언젠가 내가 세상과 작별할 시기가 왔을 때, 너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너와 어떤 마지막을 만들어가야 할까, 그게 궁금해져서 생각해본 것 뿐이야. 마지막이 언제 어떻게 올 지는 알 수 없으니까, 이 편지가 내 마음을 대신할 수 있도록 미리 적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그때의 너에게는 미안하다고,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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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드림전력 깜짝상자 137회 주제)고세이 2022. 9. 17. 18:04
"어서 와." 2년이 지났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다. 현관 바닥에는 네가 골랐던 귀여운 무늬의 매트, 거실 창가에는 하얀 실크 커튼이 달려있고 티비 진열장 속에는 두 사람이 웃고 있는 사진. 세이나 히카리, 지금의 너는 어때? 고엔지 슈야, 너는 어때? 여전히, 웃고 있니? "오랜만인데 어때? 하나도 안바꼈지! 나 슈야 없는 동안 청소 열심히 했어~" "히카리." 신이 난 듯 앞장서며 손을 잡은 채 이곳저곳으로 데려간다. 정말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들뜬 목소리도, 가벼운 발걸음도, 꼭 붙들고 놓지 않는 손까지. 이 손을 몇 번이나 잡아보았던가. 여전히 작고 부드럽다. 너는 이 손으로 끝까지 나를 놓지 않아주었구나. "그동안 나 혼자 요리한다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오늘 슈야표 특제 카레 해줘야한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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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hero고세이 2022. 9. 16. 19:58
영웅이 아니라 악당이었다. 영웅은 정의감에 넘쳐 사람들을 구하지, 제가 구하고 싶은 것을 골라가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엔지 슈야는 정체를 숨기고 활약했고, 많은 것을 구했다. 그래, 마치 영웅처럼. 그는 영웅행세를 하는 악당이었다. 구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의 추억을 간직한 시절이었고,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정의감이 아니라 기호였다. 목적의 달성만을 위한 행동.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느니, 뒤에서는 구해주고 있었다느니 하는 것들은 고엔지 슈야였던 그를 구하고자 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흔한 영화의 결말에서 진정한 영웅이 적 아군 가리지 않고 손길을 뻗듯이. 과정이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그는 영웅이 되었다. 악당이었던 기억은 모두가 잊은 듯 했다. 그를 적으로 두었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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