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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드림 전력「깜짝상자」133회 주제)고세이 2022. 9. 17. 18:09
내가 좀 늦었지?
고엔지 슈야의 말버릇이었다. 그 말대로, 그는 중요한 일에 있어 늦게 등장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모두가 그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 확실한 사람이었으니까. 천둥과 제국의 첫 시합에서도, 모두의 운명이 걸린 슈퍼 엡실론과의 대결에서도, 세계로 향하는 열쇠를 두고 파이어 드래곤과 승부에 임할 때도. 고엔지 슈야는 언제나 영웅이 되었고, 자신까지도 스스로 구해내는 사람이었다.
세이나 히카리 또한 영웅을 기다리는 한 사람이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에는,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어주기를.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음이 당연한 관계가 되었을 때는, 매일 아침 사랑한다는 속삭임으로 자신을 깨워주기를. 그리고 그가 이 관계에 끝을 선언했을 때는, 다시 돌아오기를. 그렇게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전혀 지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세이나 히카리는 스스로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반드시 그가 돌아온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그가 조금은 불안해 보인다. 천둥의 혁명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고 돌아온 고엔지 슈야는 분명히 자신의 곁에 존재한다. 그러나 무언가, 아주 사소한 어떤 것이 빠진 듯한 기분이다.
아.
어느 날 아침이 되고 나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이렇게, 너를 기다리게 되었다.
고엔지 슈야는 괜히 세이나 히카리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이쯤이면 분명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런데 왜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인지, 또 자신을 놀리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전에는 아침마다 해 주었던 말이다. 그런데 돌아오고 난 후로부터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내가 이럴 자격이 있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로바로 말하는 성격의 히카리지만, 정 또한 많은 사람이라 혹시 티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받아주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만큼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이었다. 오랜시간동안 자신을 기다려 준 사람이니...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자책할 시간조차 없는 만큼, 히카리가 있는 곳으로 향해야했다. 날 기다리는 너에게로.
슈야? 무슨 일이야? 그렇게 급하게...
사랑해.
물음에 맞지 않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이라면 알아들었겠지.
미안해.
누구도 요구한 적 없는 사과였다. 하지만 이것 또한 어떤 의미인지, 너라면 알겠지.
지금껏 말하지 못한 만큼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이제 그만, 지겨워졌다고 할 만큼 이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너는 다정한 사람이라 그렇게 말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나는 그런 너를 사랑해서. 작은 손으로 나를 토닥여주는 너에게, 온갖 아름다운 말들은 제쳐두고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해, 히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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