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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심어 꽃을 피우는 법고세이 2022. 9. 17. 18:07
진단메이커: 당신이 죽은자리에 피는 꽃 - 능소화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지나가다 눈에 담은 경험은 몇 번 있지만 직접 키워낸 적은 없었다. 딱히 그 쪽으로 관심이 가지도 않았고, 끝까지 키워낼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꽃을 피워내는 데에 필요한 것이 무언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들여서까지 꽃이라는 것을 피워내어 감상하기에 나는 그렇게까지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나의 감성은 네가 대신해줬기에 그걸로 충분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봄이 되면 꽃잎 섞인 바람을 맞으며 너는 행복하게 미소 지었고, 무더운 여름날에도 스스로 해바라기의 소녀라 칭하며 장난스레 웃었다. 가을이 다가오면 코스모스 가득한 도로를 차로 달리며 창밖으로 손을 뻗었고 마른 가지만 앙상하게 나무에 붙어있는 겨울에조차, 너는 다시 피어날 꽃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며, 그저 그것이 행복이었다.
겨울이 길어졌다. 기다리는 시간이 괴로워졌다. 네가.
나는 너의 혹독한 이 기다림 속에서 꽃을 피웠다. 후에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너에게 변명이라도 하고 싶어서. 너는 변명 따위 듣지도 않아도 나를 받아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안을 견디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최선이기에. 씨앗이 땅에 심겨 꽃이 되기까지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무사히 지나, 너를 다시 만나기를.
그렇게 너를 심어 내가 피운 꽃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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