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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라는 형식이 그렇게 중요한가?고세이 2023. 5. 10. 23:20
더보기 ......미안해서 어떡하지, 히카리.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부터 불안했다. 아... 어쩔 수 없지, 뭐...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입술이 댓발 튀어나와 고개가 시무룩하게 내려간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며칠 전부터 계획하고 손꼽아 기다려왔던 데이트날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정 중에는 히카리가 어렵게 예약을 잡아 꼭 가보자고 했던 디저트카페가 들어있었고, 그 디저트카페에서 낸 한정메뉴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소식은 실망스러움을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연인의 축 처진 어깨와 팔자를 그리는 눈썹이 고엔지를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괜찮다며 바쁜 일정의 자신을 격려해 줄 히카리도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는지 낙담한 기색을 숨길 생각도 못한 채 터덜터덜 방으로 발걸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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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누가 꽃인지 모르겠네.고세이 2023. 5. 9. 00:58
더보기 오늘 유독 장미가 많이 보이더라고. 히카리 생각나서 사 왔어. 집으로 돌아온 고엔지의 팔에 안긴 빨간 장미 한 꽃다발. 그의 품에 가득 피어있는 붉은 꽃송이들을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반기는 히카리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너무 많은 거 아냐? 난 좋지만! 고마워, 슈야.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히카리가 꽃다발을 받아 든다. 잔뜩 상기된 뺨에 눈을 감고 꽃향기를 맡아보는 자신의 연인을 보니, 역시 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고엔지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무슨 날이었나? 5월 14일. 그가 기억하기로는 특별한 날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장미, 그것도 빨간색 장미를 파는 곳이 많았던 것을 떠올리며 잠시 고민하는 고엔지 슈야지만 히카리가 저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데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특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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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엔 지 히 카 리고세이 2023. 5. 7. 19:18
더보기 남들의 생각과 다르게, 학창 시절 고엔지 슈야는 요령을 피우는 학생이었다. 정말 친한 몇몇 사람만 알고 있는 그의 특기 중 하나는 바로 '수업시간에 졸면서 들키지 않기'였는데,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은 후 낮잠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교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 교칙만 없었다면 축구를 했겠지만-잠이 많은 학생이기도 했다. 의외로 농땡이를 부리고, 예상보다 여유로운 성격의 학생 고엔지 슈야는 그대로 자라 휴식을 즐기는 성인이 되었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 시간을 즐긴다,라기 보다는 쉴 수 있는 시간을 즐겨 찾는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주어진 일에는 과할 정도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그 일을 완수해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더욱, 쉼을 구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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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에서조차 열심히 사랑할 필요가 있을까요?고세이 2023. 5. 6. 17:17
더보기 그러고 보니 슈야가 우산을 가져갔던가? 드물게 고엔지가 늦잠을 자버린 오늘 아침, 급하게 챙기느라 일기예보를 확인도 못하고 나가버린 일이 떠올랐다. 오늘은 왜 늦었지, 어제는 왜 늦게 잤더라, 그 보드게임 정말 재밌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간을 거꾸로 달리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퍼뜩 정신을 차린 히카리가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다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름날씨로 접어드는 요즘인데요, 오늘 오후부터 밤까지 늦은 봄비 소식이 있겠습니다. 특히 퇴근시간, 도쿄를 중심으로 5mm 정도의 비가 내릴 예정이니 우산 챙겨나가시길 바랍니다... 기상캐스터의 충고가 무색하게도 현관에는 보란 듯이 고엔지가 두고 간 남색 장우산이 놓여있었다. 꺼내놓은 걸 보니 어제 미리 확인은 한 것 같은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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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누가 챙겨주는 쪽이지?고세이 2023. 5. 5. 16:14
더보기 고엔지 슈야의 생각으로는 그랬다. 음식을 먹여준다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은 없지만, 그것은 보통의 경우 보호자와 피보호자-연인의 경우 챙겨주는 쪽과 챙김을 받는 쪽-의 관계가 되는데, 고엔지 슈야와 세이나 히카리의 경우는, 그 보통의 반대라는 것이다. 무엇이 반대인가 하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먹여주는 쪽과 먹는 쪽이다. 히카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고엔지는 자신들이 주변에 어떤 시선으로 보이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다. 고엔지 슈야 = 챙겨주는 쪽, 세이나 히카리 = 챙김을 받는 쪽. 이것이 당연한 공식으로 성립되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행동들이 그것을 반증했다. (고엔지 슈야가 세이나 히카리의 존재 자체로 삶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히카리를 포함해 몇 없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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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감싸준 손고세이 2023. 5. 4. 23:16
더보기 체온. 몸의 따뜻한 정도. 좀 더 낭만적인 말로 바꿔본다면 온기,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 살아있는 것들은 이 온기를 동력원 삼아 살아간다. 그것은 말 그대로 '생존에 필요한 열에너지'가 될 수도, '정을 나누는 모든 사회적 행위'가 될 수도 있는데, 아마 인간이라면 두 가지 모두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서없는 말들의 나열이다만 요컨대,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소리다. 당연하게도, 외로움이라는 요소는 인생 전반의 질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리고 후자의 의미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가장 간단하지만 의외로 어려운 행동이, 손을 잡는 것. 그 손을 마주 잡아주는 것. 고엔지 슈야는 그의 삶에서 '외로움'을 체감할 기회-뜻하지 않게 찾아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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