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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트라는 형식이 그렇게 중요한가?
    고세이 2023. 5. 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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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서 어떡하지, 히카리.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부터 불안했다. 아... 어쩔 수 없지, 뭐...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입술이 댓발 튀어나와 고개가 시무룩하게 내려간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며칠 전부터 계획하고 손꼽아 기다려왔던 데이트날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정 중에는 히카리가 어렵게 예약을 잡아 꼭 가보자고 했던 디저트카페가 들어있었고, 그 디저트카페에서 낸 한정메뉴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소식은 실망스러움을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연인의 축 처진 어깨와 팔자를 그리는 눈썹이 고엔지를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괜찮다며 바쁜 일정의 자신을 격려해 줄 히카리도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는지 낙담한 기색을 숨길 생각도 못한 채 터덜터덜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실, 히카리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디저트카페가 아니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새로 개최되는 올해의 청소년축구대회 때문에 이리저리 바빠진 고엔지의 일정으로, 둘만의 시간을 마지막으로 보낸 게 벌써 몇 주 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지는 건 일상이었고, 겨우 집으로 온다 해도 잔업을 처리해야 했다. 히카리는 맡은 일에 열중하는 고엔지의 모습을 좋아했고, 그 때문에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해도 그의 마음이 변할 일은 없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불안해할 일도 없었다. ...없었지만.

     불안하지 않은 것과 함께하고픈 마음은 당연히 별개였다. 고엔지 슈야도 연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그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미안했고, 그래서 더욱 일에 열중했다. 해야 할 일의 양이 변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버린 후 히카리와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아니, 함께 있고 싶었다. 그렇게 예상보다 훨씬 일찍 일을 마무리짓고-토라마루가 이걸 어떻게 이 기간 안에 끝냈냐며 경악스러워했다-오늘을 계획한 게 이틀 전. 데이트 신청을 받았을 때-데이트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히카리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두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품에 달려들어 끌어안은 히카리의 한쪽 손목에 발갛게 다른 한쪽 손자국이 남을 만큼 오랫동안 안겨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연인이 들어간 방으로 따라 들어가 보니 방문을 등지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뒷모습이 처량하게까지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그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히카리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맛있는 냄새.

     언제 잠이 들었는지 갓 구운 케이크향에 눈이 뜨였다. 비몽사몽 이불을 걷어내고 부엌으로 나가보니 자잘한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식탁과 그 위에 세팅된 샛노란 색의 귀여운 접시 두 장, 그리고 익숙한 그의 뒷모습. 이게 다 웬 건지, 아직 얼떨떨한 잠기운에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지. 일어났어? 지독하게 다정한 그 목소리의 주인이 자신을 돌아보며 눈이 마주치자 그런 고민들이 다 무색해졌다. 아, 역시 너는 너무 상냥해.

     가고 싶었던 카페의 디저트만큼은 못하겠지만...

     ...이게 더 좋아. 정말로. 슈야, 너무 좋아.

     한 마디씩 오가는 대화 속에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스쳐간다.

     

     문득 떠오른 생각. 문득, 떠오른 생각이지만.

     이게 데이트가 아니면 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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