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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누가 꽃인지 모르겠네.
    고세이 2023. 5. 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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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유독 장미가 많이 보이더라고. 히카리 생각나서 사 왔어.

     집으로 돌아온 고엔지의 팔에 안긴 빨간 장미 한 꽃다발. 그의 품에 가득 피어있는 붉은 꽃송이들을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반기는 히카리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너무 많은 거 아냐? 난 좋지만! 고마워, 슈야.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히카리가 꽃다발을 받아 든다. 잔뜩 상기된 뺨에 눈을 감고 꽃향기를 맡아보는 자신의 연인을 보니, 역시 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고엔지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무슨 날이었나? 5월 14일. 그가 기억하기로는 특별한 날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장미, 그것도 빨간색 장미를 파는 곳이 많았던 것을 떠올리며 잠시 고민하는 고엔지 슈야지만 히카리가 저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데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특별한 날이어도, 그렇지 않은 날이어도, 꽃을 사랑하는 히카리를 위해 앞으로도 자주 선물하면 되지 않는가. 이미 그에게 '특별한 날'은 특별히 의미가 있는 날이 아니게 되었다.

     슈야, 그거 알아? 장미는 색깔이랑 개수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붉은 장미 한 송이는 첫눈에 반하다, 세 송이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흔아홉 송이는 구구절절한 사랑...뭐 그런 뜻이라고들 한다. 백 송이가 완전한 사랑을 뜻하는 건 아무리 고엔지 슈야라도 알고 있었다. 그것도 히카리의 영향이 크긴 했지만.

     '그러고보니 꽃다발 포장할 때 남은 게 그것밖에 없다고 99송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붉은 장미 99송이의 꽃말을 들어버린 고엔지는 문득 스쳐들은 꽃집 주인의 말이 떠올라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곳도 둘러보는 거였는데. 뒤늦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 99송이니까, 그새 다 세어본건지 말을 꺼내는 히카리에 황급히 변명 아닌 변명을 하려는 그에게,

     쪽. 100 송이 만들기. 어때, 성공이지?

     성공이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만져보지 않아도 자신의 뺨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입맞춤 자체에 이렇게 됐다기보다, 히카리가 그와 함께 던진 말이 더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까무잡잡한 피부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얼굴이 붉게 타는 것을 알 수도 없는 그이지만, 그의 연인이 소리 내어 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볼에도 웃음으로 짙은 홍조를 피운 히카리 또한, 고엔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했다. 응, 성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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