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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엔 지 히 카 리고세이 2023. 5. 7. 19:18더보기
남들의 생각과 다르게, 학창 시절 고엔지 슈야는 요령을 피우는 학생이었다. 정말 친한 몇몇 사람만 알고 있는 그의 특기 중 하나는 바로 '수업시간에 졸면서 들키지 않기'였는데,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은 후 낮잠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교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 교칙만 없었다면 축구를 했겠지만-잠이 많은 학생이기도 했다. 의외로 농땡이를 부리고, 예상보다 여유로운 성격의 학생 고엔지 슈야는 그대로 자라 휴식을 즐기는 성인이 되었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 시간을 즐긴다,라기 보다는 쉴 수 있는 시간을 즐겨 찾는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주어진 일에는 과할 정도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그 일을 완수해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더욱, 쉼을 구하는 그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연인 세이나 히카리는 그가 더 열심히 쉬기를 바랐고 그가 자신과 함께 있는 동안만이라도 달콤한 휴식을 취하길 원했다. 이러한 자초지종 위에, 히카리와 동거하게 된 이후의 고엔지가 연인의 손에 이끌려 소파에 기대앉아 조용히 잠에 빠져들면, 그의 연인은 가만히 그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이다.
무방비하게 잠들어있는 고엔지 슈야의 얼굴을 보며 사랑스럽다고 느낀다. 히카리 자신 또한 사람들의 눈에 그 연인이 어떻게 비치는지 이제는 알고 있다. 가슴 속 뜨거운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지만, 다정한 사람이지만...기본적으로 무섭고 매서운 첫인상의 고엔지 슈야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말이야, 나는 아직도 슈야가 왜 그런 평가를 받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이렇게 귀여운데. 잠자는 사자, 아니 고엔지 슈야의 뺨을 깨지않을 정도로 살짝 쓸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손바닥의 온기가 느껴졌는지, 목소리의 달콤함이 닿았는지 고엔지의 눈썹이 꿈틀,하고 움직인다. 앗, 다행히 아직 깨지는 않은건지 이내 고요한 숨소리만이 반복된다. 한참을 그렇게 눈길을 주다가, 곁눈질로 우연히 시야에 들어온 펜을 무의식적으로 집어든다. 그리고 역시 우연히 들어온 그의 왼손을 또한 자연스럽게 자신의 오른쪽 무릎 위에 옮긴다.
깊은 잠에서 깬 고엔지가 눈을 뜨자마자 발견한 것은, 자신의 왼손 약지를 빙 두르듯 쓰여 있는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역시, 휴식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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