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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答고세이 2023. 7. 18. 16:25
만약에 말이야, 시간이 멈춘다면. 넌 뭘 하고 싶어? 그러는 넌 뭘 하고 싶은데? 왜 나한테 그런 걸 묻는 거야? 글쎄, 내가 뭘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왜 너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나한테 그 질문을 던진 이유가 곧 네가 하고 싶은 일과 연결이 되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니 어서 대답해 봐. 아까부터 넌 내가 묻는 말에는 하나도 답하지 않고 너만 묻고 있잖아. 너야말로 제대로 된 답은 한 적이 없잖아. 왜 나만 그렇게 다그치는 거야? 봐, 넌 또 그렇게 답을 피하지. 내가 먼저 물었으니까 네가 먼저 답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이걸로 하나는 제대로 된 답을 들었겠네. 자. 이제 정말 네가 답할 차례야. … 질문이 뭐였지? 참고로 답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급급해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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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고세이 2023. 7. 17. 23:03
길을 가다 들른 카페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음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고엔지가 고민도 하지 않고 카페라떼를 주문하는 반면 히카리는 메뉴판을 보며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는 무엇인지, 이번에는 어떤 과일 에이드로 시켜볼지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결정을 내린다. 카페 라떼 한 잔, 키위에이드 한 잔, 초콜릿 무스케이크 하나 맞으시죠? 알바생이 주문을 확인하고 결제를 한 후 건넨 진동벨을 받아 창가의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햇빛이 창을 통해 따뜻하게 비춰오는 자리. 히카리가 선호하는 자리다. 벨이 울리기 전까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많이 추워졌다, 슬슬 겨울옷을 꺼내야겠다, 내일 아침은 따뜻한 된장국이 좋겠다, 등등. 그렇게 이야기가 막 재밌어지려 할 참에, 벨이 울려 일어나려는 히카리를 대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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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겨울고세이 2023. 7. 17. 20:16
히카리는 의외로 독서가 취미이다. 의외,라고 본인이 듣는다면 두 팔을 휘저으며 잔뜩 삐친 티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얼핏 산만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좋아하는 책 한권을 손에 붙들고 있을 때면 누가 말을 걸어도 듣지 못할 때가 있을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한다. 애초에 산만해 보이는 것뿐이지, 세상을 사랑하는 모습이 겉으로 드러날 뿐인 히카리가 책 속의 이야기를 싫어하지 않을 리도 없지만. 그 또한 한 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상이니 어쩌면 히카리가 독서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이런 맥락을 알고 있는 고엔지는 히카리에게 책을 선물하는 일이 잦다. 지나가며 히카리가 관심을 보인 책이나, 대화 속에서 얼핏 흘려 말한 작가의 이름 같은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생각날 때마다 사 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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引力고세이 2023. 7. 17. 18:23
그거 알아? 지금의 얼굴은 전생에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이래. 그래? 그럼, 그럼 우리 둘은 전생에 서로 이 얼굴이었겠다! 그럼, 히카리가 전생에 사랑한 사람은 아주 귀여운 사람이었네.라는 말은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삼켜지고 말았다. 전생의 인연까지 운명인 것이 당연하다는 듯 조잘거리는 이 사람을 어찌하면 좋을까. 슈야, 듣고 있어?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얼굴을 하게 만든 건 본인이면서, 그런 고엔지의 얼굴을 보고 정작 자기는 아주 약간의 불만을 부루퉁한 입술에 담아 내미는 모습을 보니 떠오른 의문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전생에도 연인이었다는걸 히카리는 어떻게 알아? 시비 투가 아니라 연인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순수한 호기심이었기에 히카리도 순순히 답해줄까, 하다가 이번에도 역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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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세이 2023. 7. 12. 22:15
고엔지 슈야. 불꽃의 에이스 스트라이커라는 이명을 가졌으며 과묵하고 쿨하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 누구나 동경해 마지않는 축구 국가대표. 언제나 진중하지만 그 성정의 원천은 다정한 이. 무서울 정도의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는 문제를 홀로 끌어안고 가려는 사람. 세이나 히카리. 뜨거운 불꽃보다는 따스한 햇살로 주변을 밝히는 별.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 누구에게나 웃음으로 다가가 빛으로 물들이는 친구 같은 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상냥함으로 시린 불꽃을 녹여 타오르게 하고 가라앉는 이에게 손을 뻗어 끌어올려 주는, 세이나 히카리. 네가 태양이라면 나는 해바라기, 네가 별이라면 나는 우주가 될게. 하루하루 태양만을 기다리는 해바라기는 될 수 없어.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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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 내 거.고세이 2023. 7. 11. 22:20
“슈야, 이 아이스크림 나 먹는다?” “슈야, 이 재킷 내가 입고 다닐래.” “슈야, 나도 여기 사인 해 줘.” 고엔지 슈야와 세이나 히카리의 대부분의 나날 중 꼭 하루에 한 번은 들어가는 말. 그것은 히카리가 고엔지의 것을 ‘가져가는’ 말이다. 고엔지 슈야가 팬들에게 선물 받은 디저트를, 고엔지 슈야가 잘 입지 않는 옷을, 고엔지 슈야의 이름을. 세이나 히카리는 먹고, 입고, 받아 간다. 물론 히카리가 고엔지의 허락도 없이 막무가내로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고엔지도 별말 없이 건네주곤 하니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히카리가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까. 가만히 고엔지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히카리가 입을 열었다. “슈야.” “응?” “슈야는 내 거야?”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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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은 무엇으로 빚은 것인가요?고세이 2023. 7. 11. 16:26
누군가 울고 있을 때의 위로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면, 고엔지 슈야는 그를 격려해줄 것이고, 세이나 히카리는 그를 기다려줄 것이다. 고엔지 슈야가 하는 말은 “울지 마”가 되겠고, 세이나 히카리는 말없이 다독여줄 것이다. 그렇다면 고엔지 슈야가 위로를 받을 때는 울지 말라며 격려를 받은 것이고, 세이나 히카리가 위로받을 때에는 말없이 다독거림을 받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은 자기가 받은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성향이 짙으니까. 고엔지 슈야의 연인은 그가 눈물을 보일 때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먼저 닦아주곤 했다. 엄지로 눈가를 훔치고, 힘주어 끌어안고. 토닥, 토닥. 아이처럼 달래다가 딱 한 마디를 내뱉는다. 울지 마, 슈야. 그 말이 기폭제가 되어 고엔지 슈야는 숨을 삼킨다. 닦인 눈물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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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잘할 수 있어.고세이 2023. 7. 10. 06:20
기다림에는 익숙하니까. 고엔지가 먼 곳으로 며칠간 출장을 가 있는 동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히카리도 혼자서 잘 집을 보고 있었다. 심심할 때마다 전화할 것이라 엄포를 놓은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외출도 자주 하고, 약속이 없는 날이라도 부지런히 일어나 아침까지 스스로 챙겨 먹고. 종일 비가 오는 날이라도 혼자서 영화를 보거나, 가끔가다 시간이 비는 때에야 연인에게 전화할 만큼 히카리는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 거는 그 전화를 걸 때의 히카리가 요 며칠 볼 수 있는 모습 중 가장 활기차고 밝았기에, 제삼자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전화하면 되잖아.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그 말에, 오히려 결심을 굳힌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말을 듣고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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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그리고 별.고세이 2023. 7. 8. 21:17
사고였다. 대형트럭이 작은 소녀를 덮쳤다. 사고는 그것을 묘사하기가 끔찍할 정도로 크게 났고, 소녀는 한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뻔했다고도 한다. 며칠간 잠들어 있었던 아이가 그 부모의 부름에 응한 것인지, 간신히 눈을 뜨자 느껴진 것은 '힘이 없다.' 처음엔 이제 막 눈을 떠 그런 줄 알았다. 그동안 쓰이지 않던 근육이라 적응하는 데는 다시 며칠이 걸릴 거라고, 그렇게 들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며칠을 기다렸는지 세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에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는 그동안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큰 소리로 울었다. 처음엔 작은 울먹임을 속으로 삼켰다. 홀로 침대에 누워 속에서 들끓는 것을 삼키고, 또 삼키고. 그렇게 다 삼키지 못한 울먹임이 눈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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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귀여운고세이 2023. 7. 7. 23:06
고엔지 슈야는 의외로 요리가 특기이다. 대표적으로 잘하는 요리는 카레부터 시작해 타코야끼, 그리고 디저트류까지 섭렵했다 할 정도. 그래서인지 히카리와의 동거생활에서 식사 준비는 대부분 그의 담당이 되곤 했다. 가끔 히카리가 간단한 간식거리로 배를 채우는 일도 있었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요리는 고엔지의 몫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 되었다. 특별한 날이 '된' 이유는, 히카리가 난데없이 같이 요리하자고 제안해왔기 때문이다. 분명 인터넷에 떠도는 어딘가의 커플이 함께 요리하는 영상을 보고 그것에 꽂힌 것이다. 뭐, 고엔지로서는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반가운 제안이었기에 흔쾌히 히카리의 뜻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만들기로 한 것은, 쿠키. 집에는 마침 신형 오븐도 있고-평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