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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들른 카페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음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고엔지가 고민도 하지 않고 카페라떼를 주문하는 반면 히카리는 메뉴판을 보며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는 무엇인지, 이번에는 어떤 과일 에이드로 시켜볼지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결정을 내린다. 카페 라떼 한 잔, 키위에이드 한 잔, 초콜릿 무스케이크 하나 맞으시죠? 알바생이 주문을 확인하고 결제를 한 후 건넨 진동벨을 받아 창가의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햇빛이 창을 통해 따뜻하게 비춰오는 자리. 히카리가 선호하는 자리다. 벨이 울리기 전까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많이 추워졌다, 슬슬 겨울옷을 꺼내야겠다, 내일 아침은 따뜻한 된장국이 좋겠다, 등등. 그렇게 이야기가 막 재밌어지려 할 참에, 벨이 울려 일어나려는 히카리를 대신해 주문한 것을 고엔지가 받아오면 다시 미소가 퍼지는 대화의 시작이다.
고엔지가 음료를 다 마신 한참 뒤에야 히카리도 슬슬 배가 고파져 일어날까? 묻는다. 카페라떼 한 잔은 키위에이드 한 잔과 얼음 가득, 그리고 초콜릿 무스케이크 한 조각의 시간과 같으니까. 고엔지의 맞장구 몇 마디와 잔잔히 퍼진 미소,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웃음소리만 있어도 히카리는 그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듯 느껴진다. 고엔지 슈야는 연인의 그 시간을, 또한 기다린다.
저녁때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신에 비해 짧은 보폭의 연인을 매 걸음 기다린다. 걸음마다 타이밍을 맞춰 내딛는 발. 터벅터벅, 사박사박사박. 발걸음 뒤로 소리 자욱을 남기며, 굳이 박을 세지 않아도 맞아떨어지도록. 셀 수 없이 많은 기다림 끝에 도착한 그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