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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지금의 얼굴은 전생에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이래.
그래? 그럼,
그럼 우리 둘은 전생에 서로 이 얼굴이었겠다!
그럼, 히카리가 전생에 사랑한 사람은 아주 귀여운 사람이었네.라는 말은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삼켜지고 말았다. 전생의 인연까지 운명인 것이 당연하다는 듯 조잘거리는 이 사람을 어찌하면 좋을까. 슈야, 듣고 있어?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얼굴을 하게 만든 건 본인이면서, 그런 고엔지의 얼굴을 보고 정작 자기는 아주 약간의 불만을 부루퉁한 입술에 담아 내미는 모습을 보니 떠오른 의문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전생에도 연인이었다는걸 히카리는 어떻게 알아?
시비 투가 아니라 연인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순수한 호기심이었기에 히카리도 순순히 답해줄까, 하다가 이번에도 역시 장난기가 치솟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럼 슈야는 아니라고 생각해? 시무룩해지는 것이 연기라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허둥거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풀이 죽은 강아지 같은 모습에 금방 안쓰러워져 근거도 없이 그저 히카리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마구 끄덕이는 고엔지 슈야였다. 돌이켜 보니 그것이 마치 히카리가 냅다 근거 없는 운명을 들이댄 것과 같은 것이라, 스스로도 우스워지는 그였다. 언제인지 모르게 품에 쏙 안겨 살짝 보이는 작고 동그란 뺨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전생에도 이런 대화를 나눴으니까. 슈야는 기억 안 나겠지만.
두번째 문장에 살짝 볼멘소리가 묻어나왔지만 그 전체적인 사랑스러움을 연인으로 둔 이상, 그 누가 참을 수 있을까. 고엔지 슈야는 자신의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슈야? 부드러운 손길이 연인의 허리와 뒤통수를 감싸고, 자신의 열기를 그의 입술을 통해 전하고.
이 우연이 영혼의 이끌림으로 인한 인연이라면.
그 운명은 네가 나를 끌어당긴 탓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