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절대불변의 선택고세이 2023. 8. 6. 22:56
만약 내가 그때 다른 방법을 선택했더라면, 만약 내가 그때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그때, 그 모든 걸 포기하고 너에게로 돌아왔더라면. 그랬다면, 네가 받을 상처를 조금이라도 작게 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너에게 남을 흉터를 한겹이나마 벗겨낼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나는 너를 얻지 못했을 거야. 다른 모든 것들이 의문인 채 남는다 해도 이것만은 확신을 가지고 단언할 수 있어. 나는 고엔지 슈야이고, 너는 고엔지 슈야를 사랑하니까. 그래서 나는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없었어. 고엔지 슈야는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것들을 모두 지켜야 했고 축구도, 세이나 히카리도 그 안에 깊게 뿌리하고 있는 것들이라. 그는 그 자신이길 포기할 수 없었어. 세이나 히카리의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고엔지 슈야 ..
-
사랑승부고세이 2023. 8. 5. 23:40
슈야랑 게임? 어떤 게임이냐에 따라 승패는 항상 갈리는 편이야. 보드게임 중에서도 운이 좀 따라줘야 하는 건 거의 내가 이기는 편이고, 순발력 게임은 슈야가 더 잘해. 전략이 필요한 게임은 막상막하인데, 하루는 둘 다 너무 열중해서 점심 먹고부터 해가 다 질 때까지 그 한게임만 붙들고 있었다니까? 슈야나 나나 승리욕이 강하거든! 다들 슈야가 나한테 져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 깜짝 놀라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슈야는 축구를 하는 사람인데, 페어플레이가 기본 아니겠어? 이렇게 말하면 나를 위해 그 정도는 어길 수 있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속상해. 물론 좋은 뜻으로 말하는 거겠지만 있지, 나에게 있어서도 ”고엔지 슈야“는 중심인물이란 말이야. 나는 말이..
-
連明고세이 2023. 8. 4. 10:49
암흑기. 축구계의 어두웠던 시절. 공정을 내세워 승패를 조작하고 그 꼭대기에 네가 있던 때. 너는 가장 찬란한 어둠으로 빛나고 있었다. 깜깜한 그 길의 선두에 서서 모든 미래를 짊어지고 이끌어가던 네가, 어찌나 강한 빛에 그늘져 보이던지. 나는 끝에 남겨졌었나, 혹은 네가 나를 데려다 놓았던가. 너는 앞을 바라보는 사람이었으니 절대 나를 뒤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가 가는 그 끝에, 이미 나를 두었구나.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 향하기 위해, 나를 채찍 삼아 달려왔구나. 그늘진 그대야, 이제 그 그림자를 걷어내렴. 빛으로, 빛으로. 광원에 다가갈수록 음영은 옅어지니. 너의 머리 위에서 따갑게 내리쬐는 조명은 그만 꺼버려. 나는 네 옆에, 따스하게 자리할 거야.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너는 그것을..
-
한평생 알고싶은.고세이 2023. 8. 3. 06:02
같이 길을 걷다가 문득, 너는 걸음이 느긋하다는 걸 알았어. 큰 보폭을 줄이고, 또 줄여 너에게 맞춰 걸을 때. 그제야 보이는 너의 시선. 길가에 핀 작은 꽃들도, 그 곁을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도. 네가 눈에 담고 있던 그것들이, 나에게도 보일 때. 너에게로 한 걸음, 다가가게 되었어. 네 손을 잡고 걷다가 문득, 너는 손이 작다는 걸 알았어. 길게 뻗은 손가락에 드러난 마디마디, 부드러운 촉감. 잡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네 손의 온도. 잡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빠져나갔을 때의 허전함. 차가운 온기가 손안에서 사라질 때. 네 손을 잡으려고, 다시 손을 뻗었어. 그렇게 다시, 너의 온기를 고이 쥐고 있다가 문득, 너를 알았어. 네가 보는 세상, 네가 가진 세상. 온갖 빛깔로 가득 찬 너의 ..
-
열에, 울지 않는 한 사람.고세이 2023. 8. 3. 00:10
고엔지 슈야와 세이나 히카리, 둘 중 어느 쪽이 더 눈물이 많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후자를 지목할 것이다. 세이나 히카리는 감수성이 풍부했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영화관에서 나올 때면 항상 눈시울이 붉었고, 이따금 감정에 북받쳐 화를 내거나 울분을 토할 때는, 어떻게 보아도 눈물샘이 보통 이상으로 약했다. 그러나 열에 하나는 꼭, 고엔지 슈야를 보고 눈물이 많다고 하였다. 나머지 아홉이 들었다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선택이었지만, 그 한 명이 세이나 히카리라는 사실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마음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울 필요가 없을 때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 강한 사람을 뜻한다. 울 때를 아는 것은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마음을 보듬어 ..
-
너만의 것, 우리의 나.고세이 2023. 8. 2. 18:19
나는 내 거야! 십여년 전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던 말 중 하나이다. 부모님 행세를 하며 잔소리를 하던 친구가 너 누구 거야! 라고 물으면 눈은 웃으며 입을 댓발 내밀고 저렇게 답하곤 했다. 그리고 나면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까르륵,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정해진 듯 이어지는 대사들. 넌 누구 거야! 나도 내 거지! 굴러가는 나뭇잎만 보아도 즐거울 때였던지라, 그때를 돌아보기만 해도 지금은 여전히, 즐거웠던 그 기억이 되살아나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앨범에 꽂혀있는 사진을 살짝 쓰다듬으며 떠올린 그때의 기억에 문득, 한 가지 의문 또한 꼬리를 물고 수면 위로 떠 올라 둥둥, 온종일 떠다닌다. 누구의 것? 그 물음에 답을 해줄 이는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오는데. 세이나 히카리는 떠오른 그것을 다시..
-
가지고 싶은 것, 가지고 있는 것.고세이 2023. 8. 2. 17:51
세이나 히카리는 흔히들 말하는 소장 욕구라는 것이 적은 편에 속했다. 가지고 있다면 십분 활용하는 것을 더 좋아했고, 필요하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기를 선호했다. 그런 탓에 이미지와는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사용한다면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어쨌거나, 가지고 있기만을 바라는 것들은 그다지 없었다. 히카리의 곰 인형은 침대맡을 장식하여 포근함을 더하는 데 일조하고 있었고, 히카리의 액세서리는 그다지 많은 종류는 아니었지만 유행을 잘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자주 외출에 나서는 히카리를 반짝이게 해주었다. 히카리가 사용하는 것들, 히카리의 것. 취향이 반영된 그것들은 보기만 해도 “세이나 히카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기도 ..
-
네가 가르쳐 줄 것.고세이 2023. 8. 1. 23:04
나는 잘 모르겠어. 이 사랑의 정답이 무엇인지. 내가 너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맞았을까? 내가 다시 너에게 찾아오는 것이 옳았을까? 내가 너를 사랑해도, 되는 걸까? 사람 마음은 그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들을 핑계 삼아 너에게로 되돌아온 나날. 너를 기다리게 한 그날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을 지나 너에게로 와, 잃어버린 나머지를 찾아 헤매며 또 그만큼의 시간 동안 너를 기다리게 하고. 그 어지러운 길을 돌고 돌아 바른길을 고른 것인지 뒤를 돌아보게 하는 물안개. 물안개 너머를 응시하여도 그 끝은 보이지 않고, 어둠이 낮게 갈려 발 앞을 내려다보는 것이 고작일 때. 안개 속 물 입자 사이사이로 햇빛이 스며들어오고, 빛을 담아 반짝이는 물방울을 몸에 두르며 휘저어 나아가면. 도달한 끝..
-
네가 가르쳐 준 것.고세이 2023. 7. 29. 23:11
그거 알아? 생크림 케이크 위 딸기를 망설임 없이 너에게 양보해줄 수 있는 사람은, 한밤중에도 이른 새벽에도 전화 한 통으로 바로 네 곁으로 달려가 줄 수 있는 사람은, 더운 여름에도 찬바람에 약한 너를 위해 항상 겉옷을 챙겨 다니는 사람은. 그 사람은 너를 진심 어린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걸. 네가 생크림 케이크 위 딸기를 먹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것도, 언제 올지 모르는 너의 전화에 한달음에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 것도, 네가 찬바람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모두 너에 대한 관심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야. 나는 네가 무얼 먹고 싶어 하는지, 얼마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더위나 추위 어느 쪽에 약한지, 아주 잘 알고 있어. 너는 항상 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먹자고 먼저 권해..
-
토마토는 익어간다고세이 2023. 7. 29. 13:12
당신의 연인이 되고 싶어 나,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첫인상은 조금 무서웠지만 너는 그 속에 감추인 다정함을 내보였고, 또래에 비해 굳게 닫힌 그 입술은 커다란 웃음을 숨기고 있는 부끄럼쟁이에 불과했고. 날이 돋친 듯했던 눈매는 어느새 부드러운 시선을 가지고 나를 바라보기도 하고, 투박한 너의 손길은 그럼에도 한없는 상냥함을 담고 있어서. 네 주변에 다른 아이들이 다가오는 것도, 그들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너도, 그런 너라서 좋아하는 거지만 어쩐지 가슴 한 켠이 보글거리는 것 같아. 방울방울, 터지며 뜨거워지는 가슴에. 방울방울, 맺으며 익어가는.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새빨간 방울토마토처럼. 너는 아무것도 몰라! …그래도 좋아. 알지 못해도 괜찮기도 하고, 알지 못해도 네가 싫지 않아. 내가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