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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連明
    고세이 2023. 8. 4. 10:49

    암흑기. 축구계의 어두웠던 시절. 공정을 내세워 승패를 조작하고 그 꼭대기에 네가 있던 때. 너는 가장 찬란한 어둠으로 빛나고 있었다. 깜깜한 그 길의 선두에 서서 모든 미래를 짊어지고 이끌어가던 네가, 어찌나 강한 빛에 그늘져 보이던지.
    나는 끝에 남겨졌었나, 혹은 네가 나를 데려다 놓았던가. 너는 앞을 바라보는 사람이었으니 절대 나를 뒤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가 가는 그 끝에, 이미 나를 두었구나.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 향하기 위해, 나를 채찍 삼아 달려왔구나.
    그늘진 그대야, 이제 그 그림자를 걷어내렴. 빛으로, 빛으로. 광원에 다가갈수록 음영은 옅어지니. 너의 머리 위에서 따갑게 내리쬐는 조명은 그만 꺼버려. 나는 네 옆에, 따스하게 자리할 거야.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너는 그것을 돌아본 적이 없으니. 나의 과거도, 너의 과거도. 우리는 모두 지나온 현재를 함께 살아왔을 뿐, 뒤돌아 걷지 않았고, 않을 거야. 거쳐온 길들이 험하여 멈추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기에.
    우리는 당장 지금이 급하여.
    너와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멈출 때마다 쉼표를 찍고, 넘어질 때마다 마침표를 찍는다.
    그래야 새로운 문장을 다시 적어나갈 수 있지 않겠니? 그대야. 너와 함께 이어 나갈 그 문장들을 모으고 모아, 우리라는 하나의 책으로 엮어나갈 수 있기를. 빛을 사랑하여 사라진 그림자가 아니라, 불꽃을 사랑하여 타오른 빛의 이야기를 완결시킬 수 있기를.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 불쏘시개로서 완성되는 이야기를 쓰자. 활활, 처음이 되어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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