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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세이 2023. 6. 25. 06:16

     알고 있었다. 고엔지 슈야는 세이나 히카리의 믿음을 알고 있었다. 고엔지 슈야의 선택에 대한 믿음, 그가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은 확신이 아닌 인지였다.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인정. 그 후의 괴로움은 차치하고서라도, 고엔지 슈야의 부재가 세이나 히카리에게는 고작 그러한 정도에 그쳤다. 인정하고 있었기에, 그의 귀착은 너무도 당연하였기에, 세이나 히카리의 일상은 평온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단 한 사람에게만은 그 안온함이 의심으로 다가왔다. 불안이라 명명하기에는 그 또한 사랑하는 이의 평안을 바랐으나, 평안이라 이름 붙이기에는 그의 심중이 그렇지 못하여, 의심이라 하였다. 용서를 바랄 자격이 없음에도 기다림을 바랐다. 기다림을 바랄 자격이 없었기에 용서를 바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그리며, 그는 스스로 이유를 붙였다.

     그리하여, 의심을 불러들였다. 바라는 것 없이 주는 것만으로도 풍족했어야 할 이 감정을 가지고, 받기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너는 나에게 이미 많은 것을 주었는데,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었나. 나 자신을 책망하여야 할 이때 나는 무작정 너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의심이 들 때 나를 떠올린다. 추악한 이 나를 알고서도 너는 나를 사랑하여 주겠지. 안심인가, 안일인가. 감히 죄책감이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이것조차 사랑이라 받아들여 줄 너를 알기에, 나는 그 사랑이 덮을 허물을 뒤집어쓴다. 광채에 숨어버린 그림자는, 태양이 되어 그림자를 만들고.
     아, 나는 진정 너를 사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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