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서 보는 별들은, 몇 광년이나 전의 빛을 내뿜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몇 광년이나 전부터 저 별들은, 지구라는 골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밤하늘을 이불 삼아 캐러밴 위에 드러누워 엔도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 오늘은 몇 년만에 유성우가 내리는 날. 하천가 공터에 자리를 잡고 누워 연인의 팔을 베개 삼아 조잘거리던 히카리의 머릿속에 문득, 중학 시절의 어떤 추억이 떠올랐다. 외계인이 쳐들어왔네, 지구를 정복할 것이네 하며 시끄러웠던 나날들. 그 이후로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축구 프런티어 인터내셔널을 맞이해 전국적인 축구붐을 일으키기도 했고, 그 때문에 이별의 아픔을 맛보아야 하기도 했으며,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나 싶더니 시간여행도 다니고, 우주 축구대회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한가지. 지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사람. 세이나 히카리라는 별이 향하는 골대. 몇 광년 전 별빛들이 지구를 향해 쏟아지고, 지구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몇 광년 전부터 정해진, 운명. 무수한 별들을 맞이하는 것이 운명이라면, 그거, 참 로맨틱하다고 세이나 히카리는 생각했다. 골대를 향해 나아가는 별은 방황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골이라는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 것 또한, 별의 역할. 넘어지고, 주저하고, 볼을 빼앗기고. 그런데도 앞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저 앞의 골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래서 세이나 히카리는, 시시한 운명에 저항하는 선택에 올라,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나가 골망을 흔들었다.'고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모든 것이 좋아서. (0) 2023.06.28 감기 옮기는 약 (0) 2023.06.26 蘇 (0) 2023.06.25 질투는 자연스럽게. (0) 2023.06.23 줄이어폰이 없어도 (0) 202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