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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기 옮기는 약
    고세이 2023. 6. 26. 22:12

     뜨끈한 열감의 이마와 그걸 증명하듯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 평소에 비해 거칠어진 호흡에 섞여나오는 잔기침. 고엔지 슈야가 드물게 열감기에 골골대는 모습이었다. 아침을 맞이하는 히카리를 깨우지 않아 이상하게 여기며 눈을 뜨니 그 앞에는 땀으로 흥건해진 티셔츠가 보였고 습하게 무게를 실어 오는 팔이 자기 전 자세 그대로 히카리를 껴안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아픈 상태의 사람인 걸 안 히카리는 더 이상 비몽사몽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 순간 번쩍 정신이 듦과 동시에 몸은 의식할 새도 없이 일어나 고엔지의 자세를 정리해 눕히고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올려 덮어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 시기에 몸살감기를 앓는 건 히카리였는데, 이번엔 그 반대인 이유가 짐작이 갔다. 미안하게... 울상 가득한 히카리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건 눈이 한창 날리던 어제, 장난을 친답시고 고엔지의 등 뒤로 눈덩이를 집어넣었더랬다. 당시의 고엔지는 떨떠름하고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다 이내 못 말린다는 듯 웃어넘겼는데, 아무래도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나 보다. 겨울에도 웬만큼 춥지 않은 이상은 추위를 입에 담는 법이 없던 그였는데, 어제 저녁부터는 으슬으슬하다며 팔을 쓸더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평소 장난과 다르게 미안함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장난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히카리가 침대 옆에 앉아 물수건으로 그의 목선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점심시간이 다 되어 잘게 썬 야채를 넣은 죽을 끓이고 끙끙 앓고 있는 연인에게 와 그를 조심히 흔들어 깨웠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가늘게 눈을 떠 걱정스러운 얼굴의 히카리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고엔지가 이내 다시 기침을 내뱉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미안해, 이거 먹고 나면 약 갖다줄게.
     히카리가 왜 미안해... 오히려 고맙지.

     히카리를 달래는 그의 말에도 그 얼굴의 울적한 표정은 지워질 줄을 몰랐다. 아마 원인이 자신에게 없었다고 할지라도 연인이 아픈 이 상황에서는 지금과 별반 다른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얼굴을 보던 것도 잠시, 분위기를 바꾸려 죽을 한 입 떠먹고는 맛있다 말해주는 고엔지 슈야였다. 맛있어? 다행이다. 그제야 히카리의 얼굴이 조금 펴지며 다시 그 곁에 앉아 가만히 고엔지가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중얼거린 말이,

     감기는 옮기면 낫는다던데...
     
     고엔지 슈야는 다시 콜록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사레였지만.
     괜찮아? 천천히 먹어. 물 줄까? 등을 두드리며 휴지로 입가를 닦아주는 히카리였지만, 그가 왜 기침을 하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하나 보다.

     ...히카리, 혹시나 해 말하지만...
     응?
     감기 나을 때까지는 스킨십 금지야.

     이때의 히카리의 표정이란. 처음으로 주인에게 안된다는 말을 들은 듯한 강아지의 표정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이런 얼굴일까. 물론 고엔지도 가슴이 미어지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그렇다고 사랑하는 이에게 감기를 옮길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충격받은 표정 그대로 빈 그릇을 치우고 다시 고엔지가 덮고 있는 이불을 정리해주니 아픈 사람의 눈이 감기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리고, 감기로 퍼석한 그의 입술이 말캉한 소리로 덮였다.

     이건 스킨십이 아니라 약이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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