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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나 히카리에게.
네가 이 편지를 보고 있을 때쯤에는 나는 이미 네 곁을 떠난 후겠지. 미안해,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서.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기억해줘. 내가 지키고 싶은 것에는, 너도 포함된다는 것을. 이 길은 모두를 지키는 방법이야. 내가 희생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이라서 하는 것뿐이야. 그게 설령 많은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길이라 해도, 네가 듣는다면 속상해할 방법이라 해도. 나는 이 길을 나아가야만 해. 나를 이해해줄 너인 걸 알아서, 이기적인 나로 행동하게 될 걸 알아서. 그래서 더욱 미안해.
왜일까, 너에게는 보다 더 어리광을 부리게 되는 것 같아. 나의 이 의미 없는 기댐을, 행복한 투정으로 만들어준 게 너야, 히카리. 고맙고, 또 고마워. 이 편지는 너에게 부리는 나의 마지막 고집이 될 거야. 그리고 어쩌면 나만의, 그래야만 하는, 그러나 너 또한이기도 바라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하지.
히카리, 널 너무나 사랑해. 네가 너무나도 소중해. 이 세상의 온갖 달콤한 말을 너에게 속삭여주어도 모자랄 만큼, 최선을 다해서 네 세상의 일부가 되고 싶을 만큼, 너를 아끼고 또 아껴. 그러니까, 우리는 이별을 맞는 게 아니라, 만남을 준비하는 거야. 감히, 너에게 그런 부탁을 해도 될까? 내가 준비하는 이 재회는 분명 너를 상처입히고, 아프게 할 거야. 눈물로 지새우는 밤 또한 셀 수 없이 많아질 거야. 감히, 너를 괴롭게 할 거야. 그러나 감히, 그런 나이기에. 감히, 단정할 수 있어. 네 상처를 새살로 채우는 것 또한 내가 될 것이라고.히카리, 우리 이제 그만하자.
다시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