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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과 거부의 차이는 뭘까?
갑자기 왜?
거부감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거절감이라는 단어는 안 쓰잖아? 뜻만 놓고 보면 비슷한 단어인데.
그러게. 히카리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야. 거부감이라고 하면, 본능에서부터 싫다는 느낌이 강하잖아?
음, 그렇지.
거절은...아, 내가 슈야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있어도, 슈야 자체를 거부하는 일은 없는 것처럼.
그런 문제인 거야...?
그런 문제인 거야! 원래 언어는 느낌이라고 했어.
그 말은 그런 뜻이 아닌 것 같은데...
뭐라고?
아, 아냐.
얼핏 들어도 만담 같은 둘의 대화는 언어학과가 아닌 이상 별 영양가가 없어 보였다. 한끗 차이인 단어의 뜻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고집스레 생각에 빠져 멋대로 결론을 내린 히카리와 그 결론에 대해 딴지를 걸어보았지만 되려 본전도 못 찾고 물러난 고엔지. 두 사람의 일상이 이런 것이라면 딱히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고엔지 슈야는 연인의 결론을 받아들였다. 그 말 자체에서 큰 결점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맞는 말이라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이 '사랑'을.
그래서 그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수용하기로 한 사람은, 틀리지 않았으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슈야는 내 부탁을 거절하는 일도 없겠지만!
...이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가 거절당할만한 부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당연한 일이다. 내가 널 거부할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