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로 가고 싶어.
새벽 중 눈이 뜨인 히카리가 문득 내뱉은 한마디에 의문이 들 새도 없었다. 그 말을 하고 있을 때의 히카리는 눈물을 이제 막 거둔 후의 먹먹한 목소리였고, 그 새벽은 히카리의 생일이 막 지난 새벽이었고, 즐거운 하루를 끝낸 뒤의 히카리는 고엔지의 품에 안겨 잠이 든 참이었다. 고엔지가 잠에서 깬 것은 히카리의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을 때. 왜인지 자는 채 흐느끼던 히카리는 놀란 고엔지가 깨우자 그의 얼굴을 보고도 무엇이 그리 서러웠던지 옷깃을 두손에 꼭 쥐고 소리 내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을 단순히 본 것이 아니라, 확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언뜻 보였던 놀란 표정.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언가 잘못 본 듯,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아, 나는 여전히.
깊은 상처를 떠안아 버린 연인을 품 안 깊숙이 안아주며 도닥였다. 원하는 만큼 그 눈물을 흘려보낼 수 있도록, 바라는 만큼 그 원망을 쏟아낼 수 있도록. 그러나 그에게 떠밀려오는 것은 원망이 아닌 눈물뿐이었다. 고엔지의 가슴을 쑤시는 그 눈물을 감당하는 것은 온전히 히카리의 몫이 되어버렸다. 한 방울의 원망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더 아팠다. 보고 싶다는 작은 기대도 채워주지 못했던 주제에.
히카리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눈물을 훔쳐내고 뺨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들은 말이, 바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끝이 드러나는 상처를. 깊은 상처에 바르는 연고는 쓰라리고, 돋아나는 새살은 이물감이 느껴진다. 깊은 사랑은 쓰라리고, 너는 이질적인 존재이다. 전에는 없던, 사랑. 전에는 없던,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