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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엔지 슈야가 실종됐다. 이름만 대면 온 국민이 다 알만한 천재 스트라이커. 그의 실종이 아홉 시 뉴스의 기삿거리로 거론되거나 한동안 신문 한 면을 대서특필로 장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알음알음 고엔지 슈야의 연인으로 알려졌던 세이나 히카리의 집으로 적지 않은 기자들이 찾아오는 일도 하루 이틀 있었던 게 아니다. 세이나 히카리는 불안했다. 실종? 고엔지 슈야가? 어디로? 히카리의 머릿속에서 끊임없는 부정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불안의 이유는 곧 모양을 바꾸었다. 고엔지 슈야의 실종이 아닌, 피프스 섹터의 새로운 성제 이시드 슈지의 등장으로. 그가 나타나자 고엔지 슈야는 곧 잊혔다. 마치 그의 존재 자체를 억누르려는 힘이 존재하듯이. 불꽃의 고엔지 슈야는 저물고 차디찬 이시드 슈지가 떠올랐다. 두 사람의 연관성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그 현상을 단 한 사람만이 불신했고, 사라진 누군가는 그 사람만의 기억 속에서 확신을 얻었다. 동시에, 세이나 히카리는 또다시 불안했다. 그가 심어주고 간 이별에.
...슈야.
고엔지 슈야의 실종은 완벽했다. 그는 그렇게 만들어야 했다. 고엔지 슈야의 누군가에게 찾아간 기자들은 기사를 내지 못했고, 그 진상을 파헤치려는 자들에게 그의 압력은 다시 한번 먹혀들었다. 그의 자리는 그런 자리였다. 그는 고엔지 슈야를 완전히 죽임과 동시에, 그 누군가를 지켜야 했다. 그것이 또한 고엔지 슈야를 모두의 기억 속에서 성제 이시드 슈지로 덮어버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형태로 그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이.
보이지 않아야 했다. 그는 불안했다. 가라앉은 그의 존재를 알아챌 누군가가. 동시에, 그래 주길 바랐다. 감히, 이별을 통보한 결과를 바랐다. 그 곁에 존재하지 않길 바랐어야 할 가능성을 심어두고. 그 기억 속에서만 고엔지 슈야가 존재하기를, 바랐다.
너에게, 염치도 모르고.
내가 바랐어야 하는 건 그런 게 아닌데.
불안은 모두 네 곁에 버리고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너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로, 나를 믿어줘.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은, 너를 믿게 해.'고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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