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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아니라...고세이 2023. 6. 14. 21:19
왜 안 되는데!!!
세이나 가(家)의 집안에 주말 아침부터 빼액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왜는 뭐가 왜야! 히카리 너 그놈이랑 둘이서만 여행 가서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아빠가 누누이 말했지, 남자는 다 늑대...
슈야는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 나도 매번 말했잖아, 슈야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문제의 발단은 이랬다. 주말 아침,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딸기잼을 빵에 발라 먹던 히카리가 대뜸 나 다음 주말에 슈야랑 여행 가기로 했어. 3박 4일. 이라는 말을 뱉음과 동시에 신문을 보고 있던 그 아버지 되는 사람의 손에 신문이 구겨졌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안 돼. 물론 이제 갓 성인이 된 히카리이긴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고엔지와 연인이 된 지는 벌써 일 년이 넘었고, 알고 지낸 시간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짧은 그 기간에 히카리는 하루가 갈수록 그와 더 간격을 좁히고 싶었다. 그래서 바쁜 연인의 스케줄에 비하면 자주 돌아오는 데이트 날과 쉴 새 없는 연락, 짧은 몇 분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근처 어디로든 달려가는 히카리였는데, 이번에 고엔지에게 휴가가 떨어지면서 여행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물론 계획은 휴가가 나오자마자 다 짜인 지 오래였으나-지금의 상황도 고엔지가 매우 걱정한 부분이었다-, 분명히 반대할 히카리의 아버지를 이유로 가능한 미루고 또 미루던 소식이었다. 그리하여 맞이하게 된 것이 오늘 아침. 그래도 일주일 전에는 말해두어야지, 생각한 히카리가 언젠가는 마주칠 일을 계속해서 미룰 수도 없어 -아버지 입장에서는-폭탄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어휴, 어휴. 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더니, 너 그놈이라고 다를 것 같아! 아빠가 장담하는데,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주쳤을 이 일에 대해, 히카리는 지난 일 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몸에 익힌 방법으로 능숙하게 대처했다. 상큼하게 인사를 하며 빨리 자리를 뜨는 것. 그리고 날아들 잔소리를 피해 후다닥 방으로 올라가는 것. 뒷일을 부탁해요, 엄마!
속마음이 전해졌는지 히카리와 아버지의 공방을 지켜만 보고 있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아버지를 향해 꽂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히카리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고엔지에게 연락을 보냈다.
좋은 아침, 슈야! 드디어 말했어~ 힘들었다...
좋은 아침, 히카리. 수고했어, 아버님께서 뭐라셔?
남자는 다 늑대라나 뭐라나. 내가 슈야는 안 그렇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답신으로 언제인가 히카리가 고엔지에게 선물해준 이모티콘이 도착한다. 조그만 다람쥐를 커다란 앞발로 쓰다듬어주는 사자. 그것을 보며 히카리는 다시 한번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 까맣게 된 화면의 휴대전화를 손안에 꼭 쥐고 조심히 쓰다듬어 본다. 정말, 사랑이 뭔지.
......미안하지만 히카리, 아버님 말씀이 맞는 것 같은데...
귀끝이 붉어진 한 사람이 연인과의 연락을 끝내고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그의 방안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