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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히카리가 못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냥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못한다. 그의 연인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짓말까지도 한 전적이 있는데, 그건 서로가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히카리는 그의 고백이 거짓이라는 걸 알아서, 고엔지는 그런 히카리가 자신을 믿어줄 거라는 걸 알아서. 어쨌거나 혹독하게까지 보이는 고엔지 슈야에 비해 히카리의 거짓말은 정말 순수했다. 너무 순수한 나머지 '세이나 히카리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할 정도로. 오늘은 그것에 관련한 한 에피소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건의 발단은 히카리가 토라진 것으로 시작했다. 토라진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대상이 고엔지인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분명 히카리를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충치를 치료 중인 히카리에게 초콜릿을 먹지 못하게 한다던가. 하필이면 그 초콜릿이 기간 한정으로 파는 초콜릿이라 히카리가 손꼽아 그때를 기다리던 것이었다던가. 딱 하나만 먹으면 안 되냐고 그렇게나 매달리고 부탁하고 눈빛 공격으로 애처롭게 굴었는데도 곤란해하기는 하면서 입에서 나오는 말은 딱 잘라 안된다는 말이었다던가. 뭐,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지쳐 나가떨어진 히카리가 소파에 드러누워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밀고 투덜거리던 와중, 옆에 앉은 고엔지를 힐끔 보고는 한마디 내뱉었다.
딱 하나도 안된다니, 먹고 바로 양치도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치료가 끝난 것도 아니고, 치료 중이잖아?
단호한 연인의 답변에 또다시 입이 댓발 튀어나온 히카리가 무언가 덧붙이려 했다. 슈야 정말...! 그리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정말,
그 한 틈에 히카리가 하려던, 그러나 하지 못하고 있는 말을 알아챈 고엔지가 평소와는 반대되는 상황으로 능글맞게 물었다.
나 싫어? 정말?
......정말, 좋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발갛게 된 얼굴을 쿠션에 푹 파묻고는 웅얼거린다. 히카리의 연인은 이 상황이 퍽 만족스러운 듯했다. 초콜릿보다 다디단 입맞춤이 쿠션 위로 드러난 이마에 내리 앉음과 동시에 한층 더 붉어진 얼굴이 이마까지 쿠션 아래로 숨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