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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첫키스 기억나?고세이 2023. 5. 11. 10:18더보기
세이나 히카리는 고엔지 슈야에게 있어 자신이 첫사랑인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그는 기본적으로 상냥한 성정이었고, 외모나 능력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적어도 주위의 평가는 그러했다. 당사자가 듣는다면 사양할 말이었겠지만, 그 점 또한 '완벽한' 성격에 포함되는 것이었다-한 고엔지 슈야였다. 그런 그의 신발장에 하루가 멀다 하고 러브레터가 꽂혀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방과 후 교정 뒤편으로 불려 가 고백을 듣는 것 또한 익숙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고엔지 슈야이기 때문에, 세이나 히카리의 믿음에는 더욱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익숙해졌을 법도 한 고백들을 당연시하지 않았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 아이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거절했다. 그리고 그 거절의 이유로 돌고 있는 소문 때문에 학교가 연애사로 시끌시끌하게 된 것이 지금, 이 사태의 발단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세이나 히카리는 지금까지의 학교 생활에서 언제나 중심이 되는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나 살갑게 다가가는 활발한 성격은 히카리의 주변으로 사람이 모이기에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난 후로는 '전 이나즈마 재팬 소속'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엔지 슈야와 알던 사이'라는 라벨까지 붙어 히카리의 주변은 늘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런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까 '그' 고엔지 슈야가 좋아하는 사람, 이라는 후보 리스트에서 세이나 히카리는 상단을 차지하지 못했다. 늘 그렇듯 교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는 연애사는, 객관적으로 인기가 많은 두 사람을 붙여 놓고 '혹시 저 둘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는데, 제3자가 고엔지 슈야의 곁에 아무리 다른 누군가를 붙여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도 세이나 히카리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베일에 싸인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 고엔지 슈야가 직접 선택한 사람은 세이나 히카리니까.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들자면 그랬다. 고엔지 슈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그로서는 자신의 연인인 히카리에게 상당히 미안해했다. 동시에, 미안해하면서도 혹시나 곤란해질지도 모르는 히카리의 입장을 고려해 공공연히 자신의 연애 상대를 밝히지는 않았다. 둘의 관계를 알고 있는 건 학교 안에서도 두 사람과 친한 극소수의 친구 몇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이나 히카리는 불안과는 별개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 자체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히카리가 가진 불만은...고엔지 슈야가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나머지 학교만 가면 잡았던 손을 풀어야 했고, 그리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이상의 스킨십이 불가하게 된 것에 있었다. 요컨대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고민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그만큼 더 가까이 닿고 싶은 것이 누군가의 연인으로서 존재하는 세이나 히카리의 바람이었다. 손이라도 잡고 있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팔짱이라도 낄 수 있다면, 포옹이라도 할 수 있다면...... 입을 맞추겠다는 것도 아니고. 슈야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 히카리는 점점 자신의 생각을 주체할 수가 없어졌다. 덧붙이자면, 구태여 주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딱히 잘못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고엔지 슈야를 직접 이끌고 자신을 마주하게 만들기 위해 그의 연인이 취한 행동은,
말 그대로 마주하게 만들었다. 너무 가까이 마주했나? 셔츠 목 부분의 옷자락을 꽉 쥐고-멱살을 잡았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눈앞까지 끌어내려 부딪히기 직전에 멈추었다. 무엇이? 당연하지만 서로의 입술이. 문제-따지고 보면 문제는 아니다-는, 지금은 수학여행 레크리에이션 중이었고, 이 사태는 사회를 자처했던 히카리가 갑작스럽게 고엔지를 불러 나오게 한 상황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기가 막힌 상황에 한창 분위기를 즐기고 있던 학생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생님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얼어붙었다. 다 같이, 정적을 만들었다. 그 적막을 틈타 단 한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야. 슈야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
정적이 수군거림이 되고, 웅성거림이 된다. 그리고 이내, 무대 위 조명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환호가 터진다. 다정하지만 동시에 단호한 고엔지 슈야가 이만큼 있었으면 답은 나온 것이라고, 모두가 그를 파악하고 있었다. 히카...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그의 목소리는 이내 막혀버렸다. 그의 입술을 막은 것이 무엇인지는, 그리고 이내 그 무언가의 주인을 마주 안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 자리에 있던 이들만이 아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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