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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km/y. 너를 처음 본 순간, 너를 향해 출발한 그때부터 네게 도착하기까지. 1년 동안 140km를 헤매어 너를 찾아냈고, 14m/2y. 네가 떠나간 그 순간, 멈춰있던 그때부터 다시 움직이기까지. 2년 동안 우리의 이곳을 지켜왔어.
네가 달려가는 속도는 내가 따라잡기에 너무나 벅차고, 네가 차올리는 공의 속도 또한 내 시선이 따라가기에 급급한 빠르기였으니 우리가 마주하기까지의 속도가 맞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나를 돌아봐달라고, 나를 기다려달라고, 네게 그리 말하기는 싫었어. 그 대신 내가 바라보는 그 끝에 네가 있기를 바랐어. 너는 언제나 나를 앞서가고, 그런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앞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테니까. 내가 네게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달려가 줬으면, 하고 바랐어. 그래서 너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 늦춰지고 미뤄지더라도 그 시간 동안 나는 네 생각으로 다시 일어나 달려 나갈 수 있을 거니까.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이 도시 어딘가에 네가 있을 거라 어렴풋이 생각만 할 때에는 이곳이 넓게도, 쓸쓸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자유로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몸으로, 네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던 2년간은, 왜 그리 이 집이 넓은 독실로 느껴졌을까.
너를 향해 달려가다가, 달려 나가는 나 자신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너를 지나쳐 버렸나 봐. 눈을 감고 두 팔 벌려 나를 안아주는 너를 그리면서 나아가다가, 그만 허공을 껴안아 버리고 말았나 봐. 나는 아직 너를 잘 알지 못했나 봐. 그래도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해서. 네가 나를 일어나게 해 주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해서. 너를 향해 달려올 수 있었던 내가 행운이고, 행복이라서. 네게 돌려주고 싶었나 봐. 나를 나아가게 한 건 너니까, 너를 맞아주는 건 내가 될게. 그러니 너는 마음 놓고, 눈을 감아도 좋으니 그저 달려와 줘. 나를 찾아 헤매지도 말고, 지금까지처럼 그저 앞으로 달려와 줘. 나는 이제 네 속도에 맞출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일어날 수 있으니.
140km/2y. 네게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시간. 어쩌면 이 거리로, 이 시간으로는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나와 너 사이. 내 뒤에 있던 너를 보지 못한 채 달려왔고, 내 옆을 달리는 너를 잡지 못한 채 달려갔다. 혼자만의 뜀박질이라 생각했던 이 길의 끝에서, 네가 결승선을 잡고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출발선에 서고서야 눈에 들어왔다. 달려가는 길은 홀로여도, 완주 후에는 나를 힘껏 안아줄 네가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 내가 이 길고 긴 트랙의 결승선을 통과하기를 바랐던 만큼, 너는 이 길고 긴 시간 동안 나를 기다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나를 이토록 괴롭게 하고, 또한 과분한 행복에 눈물이 넘친다.
코 앞의 거리에 네가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답답함이, 이 나라 어디를 가도 네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자리에 올랐을 때는 온몸을 옥죄는 듯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평생이 걸려도 좋으니 네가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공 하나도 간신히 들어갈 만한 공간이어도 좋으니 너와 함께 있고 싶다. 네가 있으면 멈춰있던 나의 두 다리가 움직이고, 네가 있으면 내 세계는 넓어진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그래도 괜찮겠지. 이 트랙 위에는 나밖에 없으니까. 너를 향해 달려가는 길 위에는 처음부터 나뿐이었으니까. 결승선의 너는 나만을 기다리니까. 목표에 도달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리거나. 빛으로 미래를 비추기 위해 나를 버린 나였으니, 너로 인해 빛나는 지금은 더더욱 버릴 수 없어.
나를 따라잡은 빛을 따라잡기 위해서 필요한 속도. 측정할 수 없는 빠르기로 너에게 달려갈게. 빛으로만 가득 차버린 2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물들여갈게. 끝없이 넓어지는 나의 세계를 채우기에는, 빛의 속도로도 한참 모자랄 테니. 지금도 여전히 나의 세계를 넓히고 있는 너를 향해, 이 순간에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너를 찾아 달려갈게.
내가 너를 따라잡으면, 그때는 나를 있는 힘껏 안아줘.
1,674km/h. 하루가 만들어지는 속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의 시작은 경기장으로의 입장. 누구를 만나게 될지, 컨디션은 어떤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
여명으로 태양이 밝아오면 출발선에 서서 결승선을 바라봐. 눈빛을 주고받고, 각오를 다져. 출발 전 자세를 잡고 자리에 임하는 거야.
정오가 되면 신호탄이 터지고.
뜨거운 한낮에는 죽을힘을 다해 트랙을 달려 나가. 목이 타는 갈증도 욱신거리는 근육의 통증도, 모두 날려버릴 만큼 사지의 말단까지 힘을 빼지 말고 끝을 향해서.
저녁이 되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결승선을 통과해, 시원하게 터지는 폭죽 소리와 축하가 가득 담긴 포옹으로 온몸을 적셔. 짜릿하게 퍼지는 해방감과 행복을 마음껏 느끼는 거야.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우리도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집으로. 하루 간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고 나누며 내일을 꿈꾸자.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기까지는 1,674km/h의 속도면 충분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이 속도. 서로에게 애써 맞출 필요도 없이, 그저 처음부터 이 상태로 존재해 왔던 것에 우리는 걸음을 같이할 뿐. 누가 누굴 향해 나아갈 필요도 없이,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둥근 행성에서, 나는 너를 기다리고, 너는 나를 찾아온 게 당연해. 우리는 그런 곳에서, 자연스레 그렇게 살아왔고, 우연히 마주친 게 너인 것 또한 당연하니까.
서로의 속도를 맞추려 애써왔던 지나간 그 시간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변함없을 이 행성의 속도에 맞추어 손을 잡고 걸어가자. 우리의 시간은 한정돼 있고, 모자라다 아까워할 새도 없이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소중하니까. 누군가 또다시 홀로 달려 나간다 해도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다시 힘껏 안아주고 안길 수 있도록.
몇 시간이든, 몇 년이든, 몇 미터든, 몇 킬로미터든. 너와 함께라면 그 어느 때라도 모자라지 않은 속도로 달려갈 수 있어. 이보다 더 빠른 속도의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힘껏 너에게 달려가, 네가 나를 힘껏 안아줄 수 있도록.
지금의 너를 안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