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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
    고세이 2024. 8. 1. 14:22

    사랑스럽다는 말만큼이나 사랑이 가득 담긴 말은 없을 거야. 바라보고 있는 대상을 향해 벅차오르는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네가 바로 ‘사랑’이라고, 사랑이라는 것이 형태를 가진다면 바로 너일 것이라고, 그렇게 고백하는 거잖아. 너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동시에 모든 네가 사랑스러워. 네가 사랑하는 시간, 네가 사랑하는 세계,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내가 알고 있는 너, 내가 몰랐던 너, 내가 알아갈 너까지. 결국 모든 것은 ‘너’라는 존재로 귀결되니까.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다시 축구와 마주보기 시작한 네가 아니었다면, 사랑하는 축구를 위해 동료들을 등지고 떠난 네가 아니었다면,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축구를 놓을 수 없었던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네가 보여주는 너 밖에는 볼 수 없었을 거야. 네 안에 가득한 사랑을 알 수 없었을 거야. 네 전부를 나에게 보여준 네가 아니었다면, 모든 것을 걸고 너의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너’를 버리는 네가 아니었다면, 다시 돌아온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너만을 사랑했겠지. 나의 바깥쪽에 있는 너를 아는 데는 평생이 걸려도 시간이 모자랐을지 몰라.

    달콤한 과자를 나누어 주었을 때 받아 간 그 손은 스쳤을 뿐이었지만 따뜻했어. 네가 걱정과 함께 건넨 작은 인형 열쇠고리에는 다정함이 담겨있었고, 열정을 쏟아부어 도달한 승리의 기쁨에 취해 네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두근거렸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불러주는구나. 함께 달린 동료들과 얼싸안으면서도, 뒤에서 응원한 나를 떠올려주는구나. 내 이름이 나에게 그렇게 울린 순간은 없었어. 이상하다, 느낄 틈도 없이 네가 나를 향해 돌아본 순간 나는 너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내가 발을 내딛는 순간 너는 나를 위해 두 팔을 벌렸지. 처음엔 이렇지 않았는데. 처음엔 분명, 내 장난에 휘말려 들어 당황하는 네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을 뿐이었는데. 처음엔 분명, 그런 네가 오지 않는 날에 지루함을 느낄 뿐이었고, 그때는 분명, 잠깐의 인연으로 지나갈 친구일 뿐이었는데. 네가 있음으로 인해 웃음 짓게 되고, 너를 기다리게 되고, 지나갈 인연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내게 머물길 바라게 됐어. 아니, 처음부터 너를 붙잡고 싶었는지도 몰라. 너는 언제나 너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된 거야.

    나는 언제든지 네 손을 잡고 싶고, 어느 때나 네 이름을 부르고 싶어. 네가 너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너의 쉴 곳이 되어주고 싶었고, 설령 그 자리가 내 곁이 아니라고 해도 네가 너의 있을 곳으로 돌아가기를 바랐어. 그래서 기다릴 수 있었던 거야. 내가 바란 건 언제나 너니까. 네가 나를 사랑해 주고 나에게 보답해 주는 것보다도, ‘너’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닿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냐고들 내게 말해. 맞는 말이야. 그렇지만 나는......나라는 존재로 너를 구속하고 싶지 않았어.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아. 내 마음과 행동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너는 언제나 ‘너’로 있길 바랐어. 네 안에 내가 있는 지금이 행운이라 할 수 있지. 네가 바라는 나와 내 욕심 속의 너를 하나로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연한 행복이 아니면 뭐겠어? 이 넓은 우주에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수많은 사람 중 너를 만났다는 사실이. 내가 만난 셀 수없이 많은 사람 중에서도, 너를 통해 축구로 이어지는 하나의 세계를 알게 되고, 그 세계 속에서 다시 너를 만났다는 사실이. 엄청난 행운이 아니라면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어.

    그저 네가 너로서 행복하길 바라. 그리고 너의 행복에 내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이 매일 같이 새로워. 아침마다 눈가를 간질이는 햇살보다 먼저 나를 깨우는 것이 부드럽게 귓가를 감싸는 너의 목소리라서 나는 행복해. 밤마다 하루 간의 피로보다 먼저 나를 잠들게 하는 것이 따스하게 맴도는 네 품의 온기라서 나는 행복해. 지극히 사소하면서도 더없이 소중한 너와의 시간을 의심 없이 바랄 수 있는 나라서, 나는 행복해.

    암흑 속에서 누구보다 찬란한 어둠으로 빛나던 네게, 나는 새벽의 별처럼 길을 밝혀주는 빛이었다고 너는 말했지. 그 빛이 불꽃으로 타오를 수 있었던 건 너를 만나서라고, 나는 답했어. 결국 우리의 모든 시간은 사랑이라고. 서로의 모든 순간이 사랑스러워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잠든 네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아. 잠든 네 얼굴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나를 위해, 잠에서 깬 뒤에도 눈을 감고 자는 체를 해주는 네가 좋아. 네가 깬 걸 눈치챈 나라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나에게 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네가 좋아. 내가 좋아하는 너의 모습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려면 축구장 가득 글자를 채워 넣어도 부족할 거야. 내게 전해지는 너의 사랑도 킥오프만 있을 뿐 종료 호각은 울리지 않겠지. 이렇게 사랑스럽도록 계속해서 이어지는 하프타임은 전에도 후에도 존재하지 않을 거야. 너의 뒤에서 너를 좇다가, 옆에 서서 너와 나란히 달리던 내가, 이제는 네 앞에서 너를 기다려줄 수 있어. 언제나 늦는 너를 위해, 웃으며 손을 내밀어줄 수 있어. 그 언젠가, 네가 달려갈 나를 위해 두 팔을 벌려준 것처럼.

    너는 스트라이커니까, 내가 미드필더가 되어 너에게 마음을 이어줄게. 너는 스트라이커니까, 내가 디펜더가 되어 네 뒤를 지켜줄게. 너는 스트라이커니까, 내가 골키퍼가 되어 너의 마음을 받아줄게. 그리움, 믿음, 애틋함, 바람. 그 모든 말을 합쳐도 모자랄, 사랑이라는 강력한 슛을, 내가 반드시 받아줄게.

    논리정연하지 못한 말,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간 말들이지만 기억해 줘. 이 또한 아주, 아주 ‘사랑스러운’ 이야기라는 걸. 너에 대한 나의 모든 생각은,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걸. 내 마음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너를 생각하면 내 생각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머릿속에서 글자가 꼬이고 나는 그 글자들을 풀어내는데 급급해서. 어지러운 단어의 나열이라도 너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으니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해도, 새로이 너에게 부딪히고 싶으니까. 그래도 너는 새롭게 받아줄 걸 알고 있으니까.

    네가 느끼는 것처럼 말이야. 나도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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