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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이란,
    고세이 2023. 6. 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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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작은 편은 아닌데 말이야, 슈야가 큰 편인 것도 맞는데... 우리 둘이 같이 있으니까 내가 너무 작아 보여!
     햇볕이 따사롭게 거실 바닥을 비추던 어느 날, 함께 카펫 위에 앉아 가만히 빨래를 개던 히카리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고엔지의 티셔츠를 한 장, 자기 티셔츠를 한 장 접어개더니 다짜고짜 내뱉은 말이다. 그 행간을 알아챈 고엔지가 연인의 사랑스러움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작아 보이는 게 싫어?
     싫다기보다는......
     딱히 불만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더니, 대답을 끝맺지 못하고 끙끙거리던 히카리가 또다시 갑작스러운 말을 꺼냈다. 자신의 오른손을 들이밀며.
     슈야, 손!
     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잠시 들었지만, 순순히 손바닥을 맞대고 연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고엔지 슈야다. 또 한참을 그렇게 마주 댄 두 손을 눈앞에 두고 서서히 미간을 좁혀가며 관찰하듯 바라보다가 이내 장난기가 돌았는지 다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깍지를 끼고 연인의 손을 꽉 얽어오는 히카리다. 당연하지만 뿌리칠 수도, 풀어낼 수도 없다. 그저 가만히, 사랑이 잡아 오는 대로.
     가냘파 보이기까지 하는 하얀 손가락, 자신과 비교하면 약간 시원한 듯한 온도. 보기보다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손마디 사이사이. 이 모든 것이, 사랑이다. 온정이란, 얼마나 따뜻한 사랑인가. 사랑스러움이란, 얼마나 그리운 단어인가. 사랑이라는 것의 구체화. 사랑과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의 온기가  이 순간, 맞잡은 손을 통하여 전해진다.
     자신이 작아 보인다는 사실에 툴툴거리며 온기를 나눠오는 이 사랑은, 너무나도 크고 따뜻한 사랑을 아낌없이 나타내어주는 눈부심이다. 고작 손을 대보았을 뿐인데, 고작 같은 곳에서 햇빛을 받아내고 있을 뿐인데. 그 온기와 반짝임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그는 자신을 장난스레 바라보는 연인을 품어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슈야?
     갑작스러운 끌어당김에.
     나는 너를 놓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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