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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 또한 별이라는 걸 알고 계시나요?
    고세이 2023. 6. 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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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유독 환한 어느 밤, 보통 때라면 커튼을 치고 캄캄한 중에 잠자리에 드는 히카리가 가끔 달빛이 예쁘다며 커튼을 열고 달빛 아래 잠들기를 청하는 그런 밤이 있는데, 그날은 그런 밤들 중 한 밤이었다. 달이 아름답잖아. 그러면 고엔지는 밝은 빛 속에서 연인과 함께 어둠의 포근함에 몸을 묻는 것이었다. 창을 통과하는 푸른빛에 공기 중을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들이 반짝이고, 고요하게 들리는 무게감이 귀를 감싸면 그는 자신의 곁에 존재하는 온기를 찾아 더욱 몸을 웅크리곤 한다. 슈야. 정적을 깨는 달콤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꺼풀이 들리면 똑같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가 있다. 밤하늘을 옮겨놓은 듯한 깊음이지만 그 깊이를 알게 하는 빛이 있어 결코 어둡지 않은 별과 같은 눈.

     달이 아름답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뜻이래.
     나의 밤은 매일같이 아름다운 달이 떠.
     닿을 수도 없는 달을 보고 하는 말이, 어떻게 가장 다정한 말이 될까.
     분명, 손을 대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소중하기 때문이겠지.
     환한 달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기 때문이겠지.
     너를 사랑해. 닿을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너를 사랑해.

     잠들지 못하게 하는 빛은 달로 충분해. 너는 나의 쉼이 되어주니까.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달은 필요하지 않아. 불꽃같이 따뜻한 별이 나를 감싸주니까.
     달빛에 그림자가 진다. 진하게 생겨난 그림자는 이부자리 어딘가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그림자란 기생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니까. 사물에, 빛에, 그리고 그림자에. 무언가의 그림자는 다른 무언가의 그림자와 하나가 되기도 한다. 서로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더 이상 기생이 아닌 공생. 빛에 기생하던 그림자는, 빛과 공생하는 그림자가 된다.
     우리, 서로에게 기생해볼까. 달빛에 그렇게 물었다. 그림자는 빛이, 빛은 그림자가 된다.
     달그림자가 겹친다. 나의 빛은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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