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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항상 그렇게 늦더라!
    고세이 2023. 6. 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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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야, 늦겠어! 빨리빨리!
     웬일로 재촉하는 쪽이 히카리 쪽인 오늘은 친구인 키요시 소라의 결혼식 날이다. 중학생 때부터 알아 왔던 절친한 친구인 만큼, 일찍 가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고엔지는 한숨 섞인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히카리, 아직 시작 세 시간 전이야. 가는 데는 삼십 분도 안 걸리고.
     그래도, 차 밀려서 늦으면 어떡해! 키도군 결혼식이기도 하잖아. 유명한 사람들 많이 올 거 아냐!
     고엔지의 변명 같은 답을 듣고서도 히카리는 흥분한 듯 두 뺨에 홍조가 오르며 벽에 걸린 시계를 보기 바빴다. 신부대기실 가서 수다도 떨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키도군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도 해야 하고, 그리고... 식장에 도착한 후의 할 일을 끊임없이 대기 시작하는 히카리에 고엔지는 정말 별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까딱이고는 서둘러 차 키를 챙겨 히카리와 함께 집을 나섰다.
     주인을 닮아 불꽃 같은 빨간색의 스포츠카는 겉보기와 다르게 부드러운 운전으로 두 사람을 식장으로 데려다주었다.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식장까지 향한 고엔지와 히카리는 하얀 대리석 바닥의 로비에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 키도와 키요시의 결혼식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웨딩드레스 입은 소라, 엄청 예쁘겠지? 턱시도 모습의 키도는 자주 봤는데 말이야.
     그러게. 어쨌든 평생에 한 번 있는 결혼이니까.
     내가 다 기대되네, 슈야도 그렇지!
     그렇게 말하며 히카리는 고엔지의 오른쪽에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왼손 약지에 낀 것을 만지작거렸다.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렇지만, 단둘만의 공간에서 고엔지 혼자만이 묘해진 분위기를 느꼈다. 정작 옆 사람은 이제 소라도 키도가 되었다며 그새 오늘의 이벤트에 신경을 돌린 듯 조잘거리는데.
     웨딩홀이 있는 층에 다다르고, 키도와 만나 인사를 간단히 나눴다. 재벌계 인사인 그답게 신랑이 바빠 보였기에 인사를 나누는 사이 홀랑 키요시의 신부대기실로 가버린 히카리로 인해 고엔지 슈야는 홀로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다. 식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한 시간 이상 남았지만, 신부대기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히카리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열린 문틈 사이로 자연스레 보인 히카리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여서.
     너 또한 그 자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시간에 정신을 차리고 히카리를 부르고 홀에 들어가 엔도가(家) 옆에 자리를 잡는다. 곧 식이 시작되고, 신랑과 신부가 차례로 입장한다. 특히나 키요시의 등장에 시선을 빼앗겨버린 듯한 히카리가 왜인지 신경 쓰였다.
     슈야, 봐! 소라가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아?
     그렇게 물으며 웃는 세이나 히카리에게서 또다시 눈을 뗄 수가 없게 되는 그였다. 나는, 너를...

     "결혼식 하면 이 이벤트를 빼놓을 수 없죠? 신부님의 부케 던지기가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한마디에 일어서는 히카리를 보고서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고엔지다. 나 갔다 올게! 받으면 좋겠다!
     ...쥐여줄까?
     그의 대답은 질문의 형태를 만드느라 타이밍을 놓쳐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못한 소리가 된다. 그리고 키요시가 화려한 부케를 던지고...
     이제 우리 차례네.
     자리로 돌아온 연인에게 스스로 답을 만들어낸 고엔지 슈야가 그 답을 청유의 모양으로 다듬어 밖으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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