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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리러 갈게.
    고세이 2023. 6. 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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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적이 있니? 공적이든 사적이든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다들 하는 거니까, 아마 너도 그때의 기분을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거야. 타인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늦으면 어떡하지 하는 약간의 긴장. 나와 약속한 그 사람을 어떤 이유에서든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은 건, 약속을 잡아본 사람이라면 똑같은 마음이겠지. 기대라는 것에는 언제나 불안의 감정 또한 조금이나마 섞여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만나러 가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똑같은 마음 아닐까?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자기가 기다리는 거고, 오래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걱정이 되는 거고. 서로를 믿고 나아가는 약속의 길 그 끝에, 서로가 있을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너도 알겠지만, 나도 그랬어. 네가 그랬듯. 만남이라는 건 늘 기대되는 거였지만, 상대가 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설렘과 함께 긴장이 더해지는 건 왜일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그냥 너라서. 얼마나 오래 만나지 못했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았어.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고엔지 슈야였으니까.

     그건, 내가 기다리는 쪽이라 그랬을까? 너무 오래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너를 만나러 달려간 나라서, 그랬던 걸까? 아니, 분명 너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오래 기다린 만큼 나만 바라보았던 너. 내가 달려가 주기를 간절히 바랐던 너. 고엔지 슈야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그를 마중 나간 세이나 히카리였으니까. 네가 돌아온다 나눴던 그 약속을 위해, 널 만나러 간 나. 네가 기다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야, 그 약속은 너와 내가 나눈 약속이니까.

     약속을 나서기 전 널 만날 준비를 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잘 보이고 싶으니까. 나는 널 좋아하니까. 네가 오기 전 쌓아두었던 외로움을 털고, 너와의 이별로 인해 내려앉은 상처를 닦아. 네가 오기를 기다리며 들여놓은 그리움을 정돈하고, 너와의 재회 후 건네줄 애정으로 마무리를 장식해. 그렇게, 널 맞이할 준비가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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