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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엔지 슈야?”
세이나 히카리의 첫마디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고엔지 슈야! 너 맞지?“
그리고 두 번째 말 또한 그의 이름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첫 번째는 확인, 두 번째는 확신이라는 점일까.
”난 세이나 히카리라고 해. 잘 부탁해!“
세 번째가 되어서야, 자신의 이름을 대며 손을 내밀어오는 세이나 히카리였다. 그 뒤로 당시의 고엔지 슈야가 두 귀에 담기에는 벅찬 정보의 양을 줄줄 내뱉으며 첫 인사가 인사로 끝나지 않을 뻔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고엔지는 여전히 이 말을 들으면 시큰둥했던 그때가 떠오르는지, 아닌 척 시침을 떼지만 아주 약간 뜨끔한 모습을 보인다. 어쨌거나, 한쪽뿐이긴 해도 꽤 수다스러운 통성명이었다. 이후로도 몇 번 만나 세이나 히카리를 부르는 고엔지 슈야의 선택은, 세이나. 물론 바로 히카리라고 부르라며 정정 당했다.
히카리, 히카리.
처음엔 어색했다. 또래 여자아이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드문 일이니까. 괜히 가슴 속 어딘가가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호칭이 입에 붙어 자연스러워지고, 이내 다른 이름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당연한 ‘히카리’가 되었다.
고엔지 히카리.
퍽 쑥스러운 이름이 됐더랬다. 그리고 이제는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간질거림을 꺼내두어야 할 때였다. 고엔지, 히카리. 한 어절씩 천천히 소리 내 꺼내 본다.
그래, 너는 처음부터 고엔지가 아니라 슈야였구나. 그 이름은 우리를 묶어두는 것에 불과해. 우리는, 슈야와 히카리니까.'고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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