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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우리로 존재하기 위해
    고세이 2023. 7. 1. 20:50

     고엔지 슈야는 집착이라는 것이 있었다. 고집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라면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축에 속했다. 그에게 주어진 사명에 집착하는 구석이 있었다. 역할에 너무 충실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을 상처입히는 방법으로 다가왔다. 그의 선택이 그 사람에게 문신처럼 새겨질 상처라는 것을 알면서도 맡은 역할을 포기하지 못한 건, 역시 집착이겠지. 아무도 그에게 그 역할을 떠맡기지 않았다. 그저,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여 내린 결론이 그것일 뿐.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불순한 태만이었다. 이 역시, 집착이라 해도 좋겠다.

     그러나 그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생각은 고민에 그치지 않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집요하게 망설였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망설였느냐 하면 그 또한 아니다. 그가 망설인 것은, 단 한 사람. 세이나 히카리를 이 계획에 동참시킬 것인가, 철저하게 배제할 것인가.

     함께 있어 주길 바랐다.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당연한 욕구가 아닌가. 그러나 손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던 이유는, 세이나 히카리가 동참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 할 수 없었다. 세이나 히카리가, 세이나 히카리로 있어 주길 바랐기 때문에. 고엔지 슈야가, 고엔지 슈야로 존재하길 원했기 때문에.

     세이나 히카리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혼자 내버려 두지 못했다. 그것이 고엔지 슈야라면, 더더욱 그리할 것이 눈에 선히 보였다. 세이나 히카리는 언제나 빛으로 있어 주길, 고엔지 슈야는 멋대로 정해버렸다. 그래서 히카리의 선택을 알면서도 만에 하나,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 빛에 집착했다. 만에 하나, 히카리가 자신을 따라온다면.

     혹은,

     고엔지 슈야가 계획을 계획에 그쳐버린다면. 이야기를 꺼내면 히카리가 말릴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고엔지 슈야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이 어둠에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면. 나중은 너무 늦다. 고엔지 슈야는, 세이나 히카리가 사랑하는 고엔지 슈야를, 또한 멋대로 정해버렸다.

     그래서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나로, 네가 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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