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뚝 떨어져 서재 카펫에 스며드는 핏방울이 붉게 번져갔다. 저도 모르게 손등으로 코를 훔치고 고개를 뒤로 젖혀 거실로 향했다.
“히카리, 미안하지만 휴지 좀 꺼내줄래?”
편하게 소파에 기대 텔레비전을 보며 웃음을 흘리던 히카리가 비낀 시선으로 자신을 부르는 고엔지를 보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 것은 당연지사였다. 웬만큼 건강한 데다 컨디션 관리도 철저하게 잘하던 그가 코피라니. 눈치를 챌 찰나도 없이 자연스레 걱정이 스몄다. 걱정이 스미고 나서야, 눈치챘다.
잰걸음으로 휴지를 뽑아 들고 그에게 다가간 히카리가 손에 든 것을 건네고 다짜고짜 그의 목뒤를 잡고 푹 아래로 숙였다. 히카리의 손길에 익숙해진 그가 휘청이는 일은 없었고, 그저 움직여지는 대로 고개를 숙인 뒤 옆으로만 돌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옛날에, 슈야가 나한테 이렇게 해 줬잖아.“
언제 적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중학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는 히카리에 그 행동이 납득이 가면서도 의아함이 남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히카리의 표정이 장난스러운 그때의 그것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그 낯은 슬픈 빛을 띠고 있었다.
”이제 그만, 그를 놓아줘. 슈야.“
홀리로드를 열어젖히고 그 길을 개척한 성제. 고엔지 슈야는 그의 사후(死後)를 짊어졌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의 죽음과 동시에 귀착(帰着)을 의미했다. 부활이 아닌 귀착. 그가 돌아와 정착한 그 자리에는 기다리는 이가 있었다. 십년 전 고엔지 슈야의 빛이, 어둠으로 빛나던 성도(聖道)의 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제는 그를 놓아주라 한다. 고엔지 슈야였기에 될 수 있었던, 고엔지 슈야였기에 할 수 있었던 이시드 슈지.
고엔지 슈야였다면 남아있지 않아야 하는, 이시드 슈지. 그렇기에 세이나 히카리는 이시드 슈지를 놓아주라, 그에게 말하고 있다.
“너는, 네 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야. 너는, 다친 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는 사람이고. 나는, 네가 너를 아끼는 사람이길 바라.”
“……”
“수고했어. 고엔지 슈야.”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따뜻한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피는 굳은 채 흔적만을 남겼고, 흐르는 것은 숨죽인 눈물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