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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너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너는 언제나 혼자서 많은 것들을 끌어안고 고민했지. 그것들을 나눠서 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너에게 있어서는 그게 당연했으니까. 작은 아이 때부터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자랄 수밖에 없었던 너는, 그대로 어른이 되어 다른 이들의 짐까지 떠맡는 사람이 되었고, 그 누구도 그런 너를 미련하다 하지 않았어. 너는 다정하고, 또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그 모든 짐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아무도 너를 돌아보지 않았어. 아니, 아무도 너를 돌아보지 못하게 했어. 강한 너로 있어야 했기 때문에. 단단하고 굳센 너로 있어야 했기 때문에.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어.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앓아야 했을까. 속에서 썩어가는 것을 말하지도 못하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일에 네가 책임을 지려고 하던 그때부터. 그 결심에 뒤따른 구원에 앞서 희생까지 짊어지고 가던 그때부터. 자신을 죽여야 했던 그때부터. 대체된 인생을 살아야 했던 그때부터.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아팠니. 대체 누가, 그렇게 아프게 했니.
나야.
내가 너를 돌아보지 않고, 네가 보여주는 너만 믿어서. 네가 나를 믿지 못하게 해서, 혹은 너무 나를 믿어서. 혼자서 아팠을 너를, 내가 알아채지 못해서.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기다리기만 해서, 미안해.
너에게 갈 수 없어서, 미안해.
고맙다는 말로밖에 너를 맞아주지 못해서.
나는 늘, 너에게 고마웠어.
나를 믿어줘서.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줘서. 나를 사랑해줘서. 네가 너로 존재해줘서.
나는 늘, 너를 가슴속에 담아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