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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많이, 더 강하게.
    고세이 2023. 7. 25. 16:54

    고엔지 슈야는 몸에 흉터가 많았다. 크게 눈에 띄는 상흔은 없었지만 어깻죽지의 쓸린 상처부터 종아리의 긁힌 것까지 몸 이곳저곳에 박혀있는 자잘한 흔적들은 그를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그것이 단순히 일상에서 남겨진 상처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수가 많아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그의 몸에 자리 잡고 있는 듯도 보였다. 그 많은 흉을 사랑해주는 이가 세이나 히카리였다. 보듬고 새살을 돋게 하는 것이 아닌, 흉터 자체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세이나 히카리의 사랑의 방식이었다.
    연인의 흉터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뒤돌아 요리하는 그를 껴안고 장난을 치고 있을 때였나, 히카리의 시선 조금 위쪽, 고엔지의 목 뒷덜미에 오래된 듯한 무언가의 흔적이 보였다. 까슬까슬. 이건 언제 생긴 거야? 자기가 몰랐던 몸의 특징을 짚어주며 속상한 듯 묻는 연인을 보며 고엔지는 난처했다. 자기도 몰랐기 때문이다. 흉터가 있는 줄도 몰랐다기보다, 그것이 언제 생긴 것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글쎄, 기억이 안 나는 거 보니 축구하다가 생겼던 것 같은데… 그렇게 말끝을 흐리며 뒤돌아 히카리를 바라보니 축구라는 말에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이건 영광의 상처들인 거네?”
    언제 또 발견한 건지 흉진 여기저기를 콕콕 찌르며 웃어 보이는 세이나 히카리. 그래, 너는 항상 그랬지. 고엔지 슈야가 사랑하는 이는 이 상처들이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있는 그대로, 바뀌면 바뀌는 대로, 더 강하게 사랑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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