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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나 히카리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아주 빼어난 미모도, 타고난 몸매도 아니지만 다른 이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 그 매력으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바로 세이나 히카리이다. 하나의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사랑스러움은, 당연하게도 그 세상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잠든 모습부터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 그리고 활짝 웃는 모습까지. 수만 가지 모습의 그 사랑스러움에, 가끔은 그의 모든 것이 그렇게 작고 소중할까,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이다.
그러나, 진정한 세이나 히카리를 아는 이는 그의 잠잠함을 깨지 않으려 애쓴다. 그의 분노를 감내하는 일이 상당히 고되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잠재우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일.
고엔지 슈야는 세이나 히카리의 분노를 겪었다. 그것은 고요했다. 그리고 적막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그의 분노는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어째서.로 끝난다. 이해하려 했으나 이해하지 못한 것. 그것이 세이나 히카리가 싸늘해지는 원인이다. 답답함에서 비롯된 단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비록 고엔지 슈야의 단절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결코 사랑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가히 두려워할만한 냉랭함이었다. 그리고 짙푸른 슬픔. 그의 화는 어디로 향한 것일까. 알아야 했다. 차갑게 꺼지는 빛을. 불꽃이 가라앉아 떠오른 절망을. 그것이 사랑스러운 것은 아니었으나, 그를 사랑함을.
사랑하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기 때문에, 너의 사랑스럽지 않은 모습까지 알 수 있었다.
온기를 품은, 나의 사랑스러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