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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하던 상대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일이란, 그 자체로 얼마나 가슴 설레고 겁이 나는 일인지. 가슴 한구석에서 아주 미세하게 시작된 한 방울의 감정이 불어나고, 가득 차서 더 이상 그 속에만 담아둘 수 없게 될 때 말이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온몸을 꽉 채워 터질 것 같을 때, 그래서 짝이 없으면 감당할 수 없게 될 때. 흘러넘치는 파도를 네가 바라는 너의 짝에게 전달할 때, 너에게는 그때가 바로 그날이었던 거겠지? 그 일렁이는 파도의 시작, 한 방울을 떨어뜨린 건 분명 나일 거야. 첫인사를 건넸을 때였는지, 아니면 큰 바다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듯 서서히 물들어 간 건지. 언제, 어느 정도의 강렬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첫 방울은 히로우미 코요로부터 시작된 것일 거야.
만남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나만의 한 방울이 섞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 음. 한 방울이 두 방울이 되고, 두 방울이 세 방울이 되고. 어느새 흘러 흘러 통하게 될 정도의 마음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원래 바다라는 것도, 작은 물방울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같이 밥을 먹고, 같은 길을 걷고. 또 같은 것을 보고, 같이 웃고. 우리가 함께한 날들이 절대 짧지는 않으니, 그런 바다 같은 마음이 만들어진 건 자연스러운 일일 거야. 어리고 여린 네 마음이 그 바다를 다 담기에는 아직 벅차서, 그래서 쏟아내고픈 마음도 있었을 거야. 어쩌면 여전히... 그러고 싶을 것이고.
그렇지만 메이, 너의 그 바다에는 네가 담겨있니? 넓고 깊은 바닷속에, 소금으로 가득 차 나중이 쓰리지는 않을까? 네가 품고 있는 그 바다는, 너를 품고 있니? 메이, 바다를 들여다봐. 어떤 바다는 너를 삼켜버릴 수도 있어. 메이, 바다를 들여다봐. 그 바다는 태양 빛으로 뜨거울 거야. 메이, 바다를 들여다봐. 나는 네가 바라보는 만큼, 멋진 바다가 아니야. 자조적이라 생각 말고 들어줘. 너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야. 네가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걸 알아.
그저, 그저 나는... 너에게 더 어울리는 멋진 바다로 데려가고 싶은 거야.
꽃잎이 풍성하다 못해 실바람에도 흩날리던 벚나무 아래, 진부하다고들 말하는 그곳에서 네가 나에게 전해온 너의 마음. 나는 그 마음을 받아줄 그릇을 가지지 못해서 네 마음은 그저 넘쳐흐르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너의 그 넘실거리는 마음 위에서 떠다니는 꽃잎으로서는 있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연하고 흐린 꽃향기를 두른 채 너의 온 마음을 두드리고, 그저 생각이 날 때 들여다보고픈 그런 꽃잎 한 장으로 말이야. 나의 한 방울로 시작한 너의 마음이, 나의 한 장으로 끝난다는 건 꽤 멋진 일 같아서... 욕심쟁이라 들어도. 이 정도는, 아니 이것까지 바라고 싶어져.
우리의 시간은, 첫 만남부터 이 순간까지. 우리의 감정은, 낯섦부터 다정함까지. 우리의 관계는, ‘내’ 생각부터 ‘네’ 생각까지. 어느 하나도 그대로인 게 없어. 모든 건 흐르고, 변하고, 다시 흘러가.
너는 나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해 주었지만,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아. 말했잖아, 너의 온 마음을 두드릴 뿐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의 존재를 이유로 너의 시간이 특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특별한 너의 시간에 내가 그저 존재할 뿐인 것처럼. 빛나고 어여쁜 너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면 내가 차지할 ‘너’는 충분해. 이 말을 네가 듣는다면 너는 또다시 모든 너를 차지하라며 입술을 삐죽일 것 같기도 하네. 하지만 메이, 모든 너를 차지하기에는... 나는 그렇게 넓지 않아. 아주 작고, 한곳에 모여있을 뿐인 그런 바다야. 너는 곳곳에 퍼진 강처럼 흐르고 흘러 더 넓은 곳으로 향해.
바다가 나뉘어 강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강이 모여 바다가 있다는 걸 기억해. 나로 인해 빛나는 네가 아니라, 빛나는 네가 있어 나까지 밝히 보인다는 걸 기억해. 우리는 각자의 반짝임으로, 서로의 흐름으로 그리고, 너와 나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기억해.
이건, 너에게 기억하라는 뜻보다는... 그래. 나에게 네가 이런 기억으로 남았고, 그 사실을 너에게 전하려 한다는 게 더 맞을 거야.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고, 머릿속이 왕창 꼬여버릴 정도로 겁이 나는 고백. 나는 너의 고백을 告白이 아닌 苦䞟으로 만들어버렸지만, 너는 다시 그 고백을 顧苩으로 만들어 갈 거야. 지금은 넘치는 쓰라림으로 조바심이 나겠지만, 천천히 그 아픔을 양분 삼아 또 한 번 꽃을 피워내. 떨어진 꽃잎이 붙어있던 나무처럼, 혹은 그보다 더 크고 넓은 가지를 펼쳐. 그리고 그런 네 곁에 모여드는 이들이, 그중 너에게 정말로 특별한 이가, 네 그늘에서 네가 내려주는 꽃잎 속에 파묻혀 쉴 수 있도록.
너는 바다로 계속해서 흘러가. 햇빛을 가득 품고 반짝반짝 빛나는 채로, 빗물을 품에 껴안고 희망이 되어. 땅 위를 지나고, 지나고, 또 지나는 동안 그 땅에 없어서는 안 되는 바다로.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건 막연하고, 지치는 일이야. 도중에 내가 틀렸다며 나에게 원망을 가득 내뱉을지도 몰라. 나는 그런 너에게까지 흘러가야 한다며 네 등을 떠밀고 강요하지 못하겠지. 당연해. 그때 내가 네 말을 들어주었다면, 그때 내가 네 마음을 받아주었다면, 하고 후회 속에서 괴로워할 거야. 나 또한 너를 소중히 하고 싶으니까. 어느 누가 아끼는 이를 망설임 없이 내몰 수 있겠어.
메이, 그러나 메이. 너의 그 마음속에는 여전히 히로우미 코요의 한 방울이 남아 있을 거잖아. 흘러가고 싶지 않다면 고이고, 마르는 길도 있었는데. 너는 변함없이 바다로 향하길 택했잖아. 단순히 내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아. 나는 그저 강물 위에 내리 앉은 꽃잎 한 장에 불과하니까. 그 순간 물결이 번지고, 강은 그것과 함께 흘러갔을 뿐이니까.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바다를, 메이, 너는 바라보고, 기다리는 사람이야. 오월의 따스한 봄빛으로 빛나는 강물이야. 땅속까지 스며들어 꽃잎의 설 자리를 만들어주는, 너는 그런 사람이야. 나는 다시 너의 곁에 피어나는 날을 기다릴게. 그 자리는 꼭, 너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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