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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빠지는 시간
    고세이 2023. 7. 26. 21:01

    “안 가면 안 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와 고엔지 슈야 스스로도 놀란 눈치였다. 일어나려던 세이나 히카리의 소맷자락을 아주 조금 떨리는 손으로 잡으며, 그보다는 아주 조금 더 떨리는 목소리로 그 말을 하는 그는 마치 금방의 수업에 나온 고전 문학 속에 등장하는 풋풋하고 순진한 소년과도 같아서. 까무잡잡한 피부가 아니었다면, 슬쩍 피하는 시선과 함께 터질듯한 뺨이었을게 분명한 열기가, 세이나 히카리에게도 전해져왔다.
    그 찰나의 어색한 순간을 지나,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히카리가 먼저 자세를 고치며 입을 열었다.
    “소, 소개팅 말이야?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안 가면 소개시켜준 친구도 곤란하잖아. 이미 가기로 했다며.”
    이 분위기를 초래한 발언의 당사자치고는 상당히 빠른 태세 전환이었지만, 좀 전의 것이 급작스럽게 무심코 나온 것일 뿐, 평소 고엔지 슈야의 태도는 이쪽이 기본이었다.
    “…네가, 가지 말라고 하면…”
    “……”
    여전히 고엔지 슈야는 눈을 피했고, 여전히 세이나 히카리는 소매를 붙잡힌 채였으며, 교실은 다음 이동수업을 준비하러 떠나가는 학생들의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북적거리는 그 속에서, 여름의 파도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대신 그날, …슈야가 나랑 놀아줘야 해.”
    시선이 마주치는 소리가 들리고, 옷자락은 손아귀를 벗어났다. 그리고, 3초.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시선이 비껴갔다. 눈높이가 쑤욱 올라가나 싶더니…위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청춘을 잔뜩 머금은 소년의 목소리.
    “맡겨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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