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이

노을의 소리

세상에동명이인이얼마나많은데 2023. 6. 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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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사람은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인지 알 수 있대.
 그래?
 응, 우리 엄마가 그러더라고. 전에 아빠한테 전화 왔을 때, 보지도 않고 아빠인 걸 맞추더라니까? 놀라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봤는데 엄마가 그런 건 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거라 그랬어. 신기하지?
 그렇네.
 대화는 히카리네 부모님이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그 사이에서 히카리는 얼마나 즐거운지-약간의 고충과 함께-하는 흐름으로 넘어갔지만 한 가지, 히카리가 고엔지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나도 그런데.

 오늘 데이트 약속으로 고엔지에게서 이제 나간다며 조심해서 오라는 연락을 받을 때도 그랬다. 벨소리의 첫 음이 울리고, 진동이 시작된다. 휴대폰으로 가까이 가는 동안의 발걸음이 가볍다. 아, 너구나. 아침에 울리면 상쾌한 모닝콜, 한낮에 울리면 설레는 휴식, 밤중에 울리면 달콤한 긴장. 너도 그럴까? 이 물음조차 낯간지러워 삼켜둔다.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전화 너머로 울리는 네 목소리가 널 말해주고 있으니까. 아직까지 깔려있는 약간의 조심스러움 그리고 그것을 훨씬 웃도는 다정과 애정.
 신기하지? 그렇네.
 신기할 정도의 사랑스러움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너. 조금은 부끄러운 그 물음을 묻게 되는 사람이 너라는 것조차 신기해서. 물을 필요 없는 그 물음을 여전히 속으로 삼켜둔 채 나도 전해줄게. 맞잡은 손 너머로, 내가 받은 만큼의 다정과 애정을, 너라는 사랑을.

 히카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엔지가 이따금 맞장구를 쳐주며 왜인지 묘하게 어색해 보이는 듯한 히카리에 의문을 표한 것도 잠시,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티 나지 않을 정도로 붉어진 히카리의 귀 끝이 그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아.
 네가 잡아 온 손, 얽힌 손가락. 그 끝으로 전해지는 화끈거림.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 사이사이로 붉은 노을이 투과되어 반짝인다. 네가 말하지 않은 한마디. 그건, 네 귀가 발갛게 된 이유가 노을 때문이라는 것과 통하는 이야기겠지. 내가 너의 노을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연인의 손을 마주 잡은 그에게도, 노을은 비쳐왔다. 히카리의 이야기 끝에, 고엔지가 답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굳이 답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