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 울지 않는 한 사람.
고엔지 슈야와 세이나 히카리, 둘 중 어느 쪽이 더 눈물이 많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후자를 지목할 것이다. 세이나 히카리는 감수성이 풍부했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영화관에서 나올 때면 항상 눈시울이 붉었고, 이따금 감정에 북받쳐 화를 내거나 울분을 토할 때는, 어떻게 보아도 눈물샘이 보통 이상으로 약했다. 그러나 열에 하나는 꼭, 고엔지 슈야를 보고 눈물이 많다고 하였다. 나머지 아홉이 들었다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선택이었지만, 그 한 명이 세이나 히카리라는 사실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마음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울 필요가 없을 때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 강한 사람을 뜻한다. 울 때를 아는 것은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너의 아픈 마음이, 나를 울려. 울리고, 또 울린다. 나에게 전해진 울림이 물결을 만들고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울린다. 눈물을 밀어내 보인다. 고엔지 슈야의 눈물은, 그런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눈물이 많았다. 사랑하는 이의 앞에서는 한없이 작고 연약해졌다. 강한 빛의 품에 안겨 모든 것을 쏟아내고픈, 그런 날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은, 어둠에서 빛으로 돌아온 그날은. 울림이 울림을 만들어 내고, 그 울림이 또 다른 울림을 만들어 내, 울음바다에 파도가 쳤다. 일렁일렁. 번지고, 동시에 퍼지는 그 빛과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도록, 가슴이 먹먹하도록 흐느끼는. 한 명의 울보를 발견한 날이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