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이

너만의 것, 우리의 나.

세상에동명이인이얼마나많은데 2023. 8. 2. 18:19

나는 내 거야!

십여년 전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던 말 중 하나이다. 부모님 행세를 하며 잔소리를 하던 친구가 너 누구 거야! 라고 물으면 눈은 웃으며 입을 댓발 내밀고 저렇게 답하곤 했다. 그리고 나면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까르륵,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정해진 듯 이어지는 대사들.

넌 누구 거야!
나도 내 거지!

굴러가는 나뭇잎만 보아도 즐거울 때였던지라, 그때를 돌아보기만 해도 지금은 여전히, 즐거웠던 그 기억이 되살아나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앨범에 꽂혀있는 사진을 살짝 쓰다듬으며 떠올린 그때의 기억에 문득, 한 가지 의문 또한 꼬리를 물고 수면 위로 떠 올라 둥둥, 온종일 떠다닌다. 누구의 것?
그 물음에 답을 해줄 이는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오는데. 세이나 히카리는 떠오른 그것을 다시 접어 가슴 속에 묻어두고 여느 때와 같이 그를 기다려 답을 듣기로 했다. 책을 읽고, 혼자서 바람도 쐬러 나갔다가, 간식거리를 한 품 가득 사서 돌아오는 길. 아, 알았다.
너에게서 답을 찾는 것에서, 나로는 해결되지 않을 그 물음에 답해줄 수 있는 이가 오직 너뿐이라는 것에서, 나는 이미 답을 찾아버렸다. 정답은 단 하나뿐이라, 같은 물음을 너에게 물어도 우리 둘의 머릿속에 동시에 그려지는 새빨간 동그라미.

너는, 누구의 것이야?
너는?

정해지지 않은 답을 찾아가는 그 여정 자체가, 너와 나의 정해진 답. 두 손을 마주 잡고 이정표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자취가, 나란히 찍히는 두 쌍의
발자국이, 우리의 정답.
묻지 않아도 외치며, 고백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