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얘가 어릴 때는 얌전했는데 커가면서 점점 더 말괄량이가 되어간다니까.”
“그래서, 싫습니까 여사님?”
“어이구 싫기는. 이 엄마는 오히려 안심이다? 말괄량이라도 제대로 된 남자친구도 하나 딱 붙잡고 있으니.”
“제대로 되기는, 거 우리 딸이 아주 아깝네그려. 방에 틀어박혀 애를 울린 게 몇 번인데.”
세이나 가家의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대꾸 받지 못할 한마디를 신문 속에 숨어 뱉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그새 ‘제대로 된 남자친구’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 버린 두 여자. 처음엔 분명 딸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는데, 세 사람이 모이면 항상 이런 식이다.
“우리 예비 사위는 언제쯤 예비를 떼려나? 아직 소식 없어, 딸?”
“…뭐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난 지금도 좋은걸.”
히카리의 대답이 나오기까지의 그 찰나의 순간.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부모로서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딸을 믿고 있기에, 놓아줄 수밖에 없기도 했다.
…
고엔지 슈야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지금의 망설임의 원인이기도 했다. 세이나 히카리의 비어버린 시간을 책임져야 했으나,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지조차 스스로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신뢰라는 것은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이 없다면 맡기면 되었다. 그것이, 네가 나에게 맡긴 책임.
…
고엔지 슈야는 답을 기다렸다. 눈을 마주할 용기도 겨우 짜내어 세이나 히카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품을 적시기까지.
“…날 이렇게나 많이 울렸으니까, 책임져야 해.”
너를 울게 한 책임, 너를 기다리게 한 책임, 너를 변하게 한 책임. 그 모든 책임을 다 내가 질게.
한 사람을 변화시킨 책임이라는 것. 일생을 다해 그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역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