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이

불, 그리고 별.

세상에동명이인이얼마나많은데 2023. 7. 8. 21:17

 사고였다.
 대형트럭이 작은 소녀를 덮쳤다. 사고는 그것을 묘사하기가 끔찍할 정도로 크게 났고, 소녀는 한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뻔했다고도 한다. 며칠간 잠들어 있었던 아이가 그 부모의 부름에 응한 것인지, 간신히 눈을 뜨자 느껴진 것은 '힘이 없다.' 처음엔 이제 막 눈을 떠 그런 줄 알았다. 그동안 쓰이지 않던 근육이라 적응하는 데는 다시 며칠이 걸릴 거라고, 그렇게 들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며칠을 기다렸는지 세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에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는 그동안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큰 소리로 울었다. 처음엔 작은 울먹임을 속으로 삼켰다. 홀로 침대에 누워 속에서 들끓는 것을 삼키고, 또 삼키고. 그렇게 다 삼키지 못한 울먹임이 눈물로 나왔다. 한 줄기, 두 줄기. 눈물로만 흐르도록. 그리고 또 그렇게 다 흐르지 못한 눈물이 입으로 터져 나왔다. 아이의 부모가 병실로 달려왔을 때는 이미, 가만히 누워서 서럽게 우는, 부모를 보자마자 어떡하냐 애통해 하는, 그러나 여전히 가만히 누워있는, 놀랍도록 부자연스러운 상태의,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우연이었다.
 하루하루 속이 바스러져 가는 아이가 시간이라도 보낼 심산으로 텔레비전을 틀어놓았고, 축구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중학소년축구. 이른바 축구프런티어라 했다. 할 일이 없으니 온종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그것이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축구가 눈에 들어왔다. 와중에 아이의 눈을 빛나게 한 건, 불꽃과도 같은 슛을 쏘는 한 소년. 그 소년의 축구였다. 소년이 휘감은 불꽃이 소녀의 깜깜한 밤하늘에 별빛이 되었다.
 너는 불길처럼 맹렬하게 다가와, 다정하고 따스하게 빛나는 별이었기에. 너를 바라보는 나는 우주가 되었다.

 사고였다.
 교통사고 때문에,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았기 때문에, 너를 만났기 때문에.
 너를 만나기 위해서.
 너를 만난 것은, 우연히 다가온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