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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에서 흔하게들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 연인을 그려주는 장면. 고엔지 슈야와 세이나 히카리는 지금 그런 로맨스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기 전에, 고엔지 슈야가 생각보다 고지식하고, 또 생각보다 엉뚱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생각보다는' 능청스러움을 갖춘 남자였지만, 정말로, 그 이상은 되지 못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책으로 로맨스를 배운 남자'라는 칭호에 딱 걸맞았다.
그런 그가 최근에 본 로맨스 영화-그는 딱히 로맨스라는 장르에 흥미가 없었다. 당연하지만 히카리가 보여준 것이다-에서 우연히도 연인을 그려주는 장면들-수채, 데생, 색연필 등 다양하게도 나왔더란다-이 꼭 한 번씩은 보였고, 그는 자연스러운 사고를 통해 '히카리를 그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 번 하고자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제대로 해내보여야 하는 성정의 고엔지 슈야는, 일을 거행-거행이라는 표현이 맞다-하기 몇 달 전부터 시간을 내어 인터넷 강좌를 듣고, 연습을 하고, 그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상황이, 지금. 고엔지 슈야는 다짜고짜 세이나 히카리를 불러 앉혀놓고 히카리를 그려주겠다며 잠시동안만 가만히 있어달라 하였고, 세이나 히카리는 이 사태를 이해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 며칠을 떠올리며 마음 속으로 그러려니 하는 결론-그리고 실제로 그 결론이 맞다-을 내고는 캔버스가 눈빛에 뚫어질 듯 열중하고 있는 고엔지 슈야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슈야는 가끔보면 이렇게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야. 아니, 귀여운 건 가끔이 아니지만 뭐랄까... 엉뚱한 면? 뭐, 그런 면을 나만 알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긴 하지만. 슈야네 팬들이 이런 모습을 알면 정말 깜짝 놀라겠지? 매력적이라니까~'
히카리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즈음, 완성된 듯한 고엔지가 연인의 이름을 불러 가까이 데려왔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슈야!
그림을 보자마자 연신 귀엽다는 말을 뱉어내는 히카리를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고엔지 슈야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자신은 귀여운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히카리를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일 뿐이었고, 히카리는...... 아. 알았다.
나를 이렇게 열심히 그려준 슈야가 너무 귀여워...진짜, 지이인짜 고마워. 슈야! 나 이거 액자로 만들래! 내 방에 걸어놔야지!
고엔지 슈야는 부끄러워졌다. 아니...쑥쓰러워졌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해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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