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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일이었을 거다.
고엔지 슈야가 드물게 세이나 히카리와 언쟁을 벌인 날. 다툼이라기엔 목소리를 높인 쪽은 히카리뿐이었고, 화풀이라기엔 높아진 언성의 원인은 고엔지의 발언이었다. 히카리, 진정하고... 그렇게 말하는 고엔지였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쉽게 가라앉힐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진정? 슈야, 방금 네가 무슨 말을 한 건지는 아는 거야?
알아, 알아. 히카리. 그러니까...
점수 조작을 하겠다니, 열기를 식히겠다니? 그것도 그런, 그런 방법으로...!
지금의 축구는 너무 과열돼 있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야.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네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축구잖아! 다 같이 생각해 보면 분명 다른 방법이...
...그러고 보니 이런 대화도 나눴었지. 슈야? 품에 안겨 한참을 훌쩍이던 히카리가 맹맹한 콧소리로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오랜만에-2년 만에-재회한 연인을 안은채 도닥여주던 고엔지가 내려다본 히카리의 얼굴은 그때와 변함이 없다.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조금 앳된 얼굴에 동그랗고 맑게 빛나는 두 눈, 허리까지 오는 은빛 머리칼까지, 그리고 부드러워 보이는 표정 속에서 알 수 있는 곧은 심지까지.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달라진 건,
그럼 우리, 화해한 거네?
...화해?
왜, 고등학생 때 크게 싸운 적 있었잖아. ......그 때 그 일. 오늘 화해한 거 아냐?
아, 아아... 너를 어쩌면 좋을까. 아니, 너에게 어떻게 용서를 빌면 좋을까.
...슈야, 이건 사과할 일이 아니라 둘이 같이 화해하는 거야.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던 걸, 너는 나에게 이야기해 주지 못했던 걸.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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